"고라니 급으로 뛰어들어도"... 스쿨존 무단횡단 사고 영상으로 본 '민식이법' 우려
"고라니 급으로 뛰어들어도"... 스쿨존 무단횡단 사고 영상으로 본 '민식이법' 우려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03.27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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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교통사고 처리 '운전자 과실'이 99.99998%... "법 취지 불구 부작용 우려, 방안 고민해야"

[법률방송뉴스] 어린이 보호구역 스쿨존 내 교통사고 처벌을 크게 강화한 ‘민식이법’ 관련, 법 개정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 어제(26일) 보도해드렸는데요.

시행 이틀째를 맞은 민식이법, 실제 사고 동영상을 보여드리며 일각에서 왜 민식이법에 대한 불안감이나 우려를 나타내는지, 법 개정이 정말 필요한지를 짚어보겠습니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의 ‘민식이법 시행 첫날,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라는 제목의 영상입니다.

충남 서천의 한 편도 1차선 도로를 주행하는데 웬 아이가 느닷없이 달려들어 차와 충돌하는 장면이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영상 속 아이는 만 13세, 중학교 1학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머니가 무단횡단하는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와 사고가 났다“는 것이 블랙박스 영상 제보자의 설명입니다.

“사고 지점은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에서 2~3m 떨어진 곳으로 일단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는데 골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제보자는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실제 영상을 보면 바닥에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식이 바뀌고 운전자는 규정 속도인 시속 30km 이하로 서행을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편만 보고 갑자기 뛰어든 아이에 어떻게 손써볼 사이도 없이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 3월 26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들 무죄입니까 유죄입니까. '어이가 없네' '앞으로 어떻게 운전하냐' 무죄가 더 많고요. 유죄도 일부 있습니다. 유죄도 일부 있어요. 유죄로 판결되었죠? '국가가 유죄입니다' 무죄가 훨씬 더 많습니다.“

실제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고라니 급으로 뛰어드네” “진짜 저 정도면 자해공갈 수준이네” “애보다 운전자가 더 불쌍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영상을 다시 봐도 반대편 차로를 지나가는 트럭에 가려져 아이가 도로로 뛰어드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럼에도 민식이법 위반으로 운전자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한문철 교통전문 변호사의 예측입니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 3월 26일]

“과연 무죄 나올까요? (무죄 안 나옵니다) 무죄 안 나와요. 이것은 무죄 나오기 매우 매우 어렵습니다. 이것은 유죄 쪽입니다. 유죄.”

일단 어린이 보호구역 안에서 아이를 치는 인명사고가 발생한 이상 처벌을 피하긴 어렵다는 게 한문철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 3월 26일]

“무죄 안 나옵니다. 뭐라고 그럴까요. 경찰은 이렇게 합니다, 경찰은 어떻게 판단하느냐, 자 어린이 보호구역이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천천히 가야 되죠. 만약에 저 아이의 부모가 ‘민식이법인데 음, 경찰에 접수‘ 그러면 500만원 내야 돼.”

민식이법 중 하나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13은 스쿨존 안에서 시속 30km를 넘거나 안전 주의 의무를 위반해 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다치게 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처벌 수위는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30km 이내로 달리고 주의 의무를 다 지키면 인명 피해가 나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반박도 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한 해 발생하는 4만~5만건의 보행자 교통사고 가운데 보행자 과실로 처리되는 경우는 0.00002%에 불과합니다.

뒤집어 보면 나머지 99.99998%는 운전자 과실로, 보행자 교통사고 1천만건 중에 단 2건만 보행자 과실이고 나머지 999만9천998건은 운전자 과실로 처리된다는 얘기입니다.

일단 사람과 차가 부딪치면 사실상 무조건 ‘운전자 책임’으로 결론이 나고 있는 게 현실인 겁니다.

[정경일 교통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L&L]

“피해자가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재판부나 수사기관에서도 함부로 무죄 판단하는 데 부담이 있고, 또 무단횡단이 예상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운전자에게 전방주시 의무, 안전운전 의무가 있기 때문에...”

민식이법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어린이 보호구역은 아예 차량 통행 금지구역으로 정해야 한다”거나, “스쿨존에선 부모가 아이 손을 잡고 건너가게 하는 ‘민식이법 2’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냉소 섞인 반응들이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경일 교통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L&L]

“구체적인 대안을 생각한다면 사망사고 같은 경우에 이제 억울한 운전자도 벌금형이 없어서 최저 집행유예만 받게 되는데요. 지난 사고자료 전수조사로 진짜 이렇게 억울한 운전자가 직장까지 잃게 되는 사례가 있는지 확인 후에, 있다면 벌금형을 도입할 필요성은...”

민식이법 시행 이틀밖에 안 됐는데 청와대 국민청원을 포함해 이런저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민식이법 시행 취지는 살리되 운전자의 불안감이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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