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인 "갑자기 튀어나온 불가항력 인명사고까지 징역형 처벌은 가혹해"
법조계 "민식이법 취지 감안하면 강한 처벌 필요... 부작용 추후 개정해야"

[법률방송뉴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내면 가중 처벌하는 개정된 도로교통법인 일명 '민식이법'이 어제(25일)부터 본격 시행됐습니다.

그런데 민식이법 시행을 앞두고 “민식이법을 준수할 자신이 없다” “개정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달아 올라왔다고 하는데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어떤 내용일까요.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끔찍한 교통사고가 일어났습니다.

9살 김민식군은 이 사고로 결국 숨졌습니다. 

[고 김민식군 아버지 김태양씨 / 지난해 10월 국회 정론관]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피를 토하며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숨이 끊어지는 모습을 저희 아기 엄마와 둘째 아들은 전부 목격하고 손도 써보지 못한 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가해자의 차량이 전방 주시만 했더라도 과속만 하지 않았더라도 운전 중에 딴짓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이 제정돼 어제부터 시행됐습니다.

개정 도로교통법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에 과속단속 카메라 등 무인단속장비, 신호등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제한속도를 시속 30km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또 스쿨존 내에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무겁게 가중 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민식이법에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민식이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이런저런 부작용을 걱정하는 운전자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법 시행 이틀 전인 지난 23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입니다.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해당 청원은 오늘 오후 2시 기준 10만명 가까이 동참했습니다. 

이튿날엔 ‘민식이법을 준수할 자신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또다시 민식이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취지는 찬성하지만,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도 무조건 가중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청원입니다.

실제 스쿨존 운전은 미확인 지뢰밭을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의 조언입니다.

[한문철 변호사 / 유튜브 채널 ‘한문철TV'(3월 24일)]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차에서 내려서 밀고 가야 됩니다. 가다가 어? 어린이보호구역이네? 느낌이 안 좋네? 후진하십시오. 아니면 유턴해서 돌아가십시오.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언제 어디서 빵 터질지 모릅니다. 그곳은 미확인 지뢰...”

청원인은 이에 민식이법의 처벌기준 및 형량을 개정해달라고 청원하고 있습니다.

일단 민식이법은 스쿨존 인명사고의 형량이 기존 최대 5년 이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었던 것에서 이번 법 개정으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게 됩니다.

어린이가 상해를 입게 되면 1년 이상~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됩니다.

이 정도 처벌 수위는 ‘윤창호법’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와 형량이 같은데 이는 지나치게 과도한 처벌로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입니다.

청원인은 특히 운전자들이 아무리 조심운전을 해도 사각지대에서 도로로 갑자기 뛰어든 사고까지 무조건 민식이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어린이들의 돌발행동까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민식이법 취지를 감안하면 이 정도로 세게 규율해야 스쿨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정경일 교통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L&L]

“어린이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형을 가중한 것이 그다지 부당해 보이질 않습니다. 이게 가장 극단적인 경우, 그러니까 가장 나쁜 쪽으로만 생각해서 (법이 부당하다고 할 게 아니라)...”

다만 예상되는 부작용은 법 시행을 지켜보면서 수정할 것이 있으면 차차 개정해 나갈 필요는 있다는 게 정경일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정경일 교통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L&L]

“실제 사례에 대한 통계로 진짜 가혹한지 얼마만큼 이렇게 피해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할 필요성도 있어 보입니다.”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법은 시행됐기 때문에 스쿨존을 지날 때엔 한층 더 긴장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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