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변의 더불어 사는 法] 일상생활 곳곳에 법적 쟁점이 숨어있습니다. 정현우 변호사(법무법인 비츠로)가 일조권, 층간소음, 노약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등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법적 문제를 '정변의 더불어 사는 法' 코너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정현우 법무법인 비츠로 변호사
정현우 법무법인 비츠로 변호사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지만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는 제21대 총선의 대규모 형태로 4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은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으로 총 300명이고,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총 유권자 수는 약 4천395만명으로, 지난 총선에 비해 약 190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두드러진 변화를 찾자면 만 18세 이상의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확대된 것인데, 이로써 첫 고등학생 유권자가 탄생했다는 의미가 있다. 만 18세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에 비하면 작은 규모에 불과하지만 향후 정치의 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가지는 반향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연령 확대 이외에 선거권과 관련하여 정말 큰 변화를 뽑아보자면, 드디어 피성년후견인의 선거 참여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성년후견제도는 2013년 7월 기존의 금치산자 제도를 대체하여 도입된 것으로, 피성년후견인이란 질병·장애·노령·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으로서 가정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은 '선거일 현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선거권이 없다'고 정하고 있고, 그 중 제1호가 '금치산 선고를 받은 자'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금치산자에게는 선거권이 부여되지 않는 것인데, 이를 대체한 성년후견제도에서도 피성년후견인의 선거권을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를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있었다. 피성년후견인은 '정신적 제약'이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과거 금치산자에게 '심신상실'이 요구되는 것과 기본적으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피성년후견인은 금치산자의 연장이라 피성년후견인의 선거권도 인정될 수 없다는 주장과, 금치산자와는 달리 피성년후견인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별도의 법률이 없고 또 다른 사람들과도 달리 취급될 이유가 없으므로 그들의 선거권 자체를 박탈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피성년후견인의 선거권 유무에 대하여 유권해석 질의를 하였고, 서울시 선관위는 피성년후견인에게 선거권이 인정된다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이제 이 논란은 완전히 종식되었다. 민법은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하면서 부칙으로 법 시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때에는 종전의 금치산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하였고, 따라서 2018년 7월 1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에는 더 이상 금치산자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므로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고, 피성년후견인 또한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선거권이 인정된다는 해석인 것이다.

이로써 이번 21대 총선에는 현재까지 성년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은 약 1만5천명의 피성년후견인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권을 부당하게 박탈당했던 과거를 떨칠 수 있게 된 것으로 서울시 선관위의 이번 유권해석은 장애인들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렇게 공직선거법을 제외하더라도 피성년후견인이 된 경우에는 공무원 자격이 자동으로 상실되는 등 예외 없이 그들의 권리행사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차별하는 법령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번의 선거권 인정 사례가 향후 이와 같이 무분별한 차별입법들이 개선될 수 있는 신호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