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성폭력처벌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의... 정치권 "국회 최우선 과제로"

[법률방송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주문한 가운데, 전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n번방 사건에 대해 정치권도 일제히 관련 대책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특수협박죄'로 처벌하고, 불법 동영상을 내려받기만 해도 처벌하겠다는 등의 내용인데,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장한지 기자가 정치권 움직임을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이 오늘(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른바 'n번방 재발 금지 3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3법은 형법과 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입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인 백혜련 의원 등은 "20대 국회의 마지막 책무라고 생각하고 국회 통과를 강력히 촉구하고 이끌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백혜련 / 더불어민주당 의원]
"n번방 사건 재발 금지 3법의 발의 선언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규 개정 및 처벌 개정 강화, 재발 방지 대책의 제정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는 우리의 의지를..."

n번방 재발 금지 3법의 내용은 먼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죄'로 처벌하고, 상습범은 가중 처벌하도록 합니다.

위험한 물건으로 피해자를 협박하는 특수협박죄는 최대 징역 7년까지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일명 '박사'로 불렸던 이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피의자 조모씨도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상대의 나체사진을 받아내 이를 가지고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게 했습니다.

성적 촬영물이 더 심한 성착취 영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특수협박죄로 처벌해 끊겠다는 취지입니다.

[남영희 /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여성과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착취 해도 처벌받지 않거나 가벼운 처벌에 그친다는 것, 범죄에 맞춰 사법체계도 반드시 변화해야 합니다. 그들보다 더 빠르고 강력해져야만 저 악랄하고 비인간적이며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번져가는 디지털 성착취 카르텔을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불법촬영물이나 복제물을 반포나 영리 목적 없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는 행위 자체도 처벌합니다.

찍을 때는 동의했더라도 본인 의사에 반해 성적인 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영리 목적에 이용할 경우 처벌도 지금보다 대폭 강화합니다.

나아가 불법 촬영물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도 법적인 처벌 근거를 마련합니다.

공급자와 수요자, 생산자와 유포자, 소비자, 이들을 연결하는 망을 가지고 있는 업체 모두를 처벌해 불법적인 성적 촬영물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유포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겁니다.

[박경미 /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법체계가 여성과 아동청소년의 성착취 피해를 방조하는 것을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작 및 유통뿐 아니라 구매자와 소지자 모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지 않는 한 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이와 함께 내일 경찰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가 예정돼 있는 피의자 조씨의 신상이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는 국민의 알권리나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얼굴과 이름 및 나이 등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박경미 /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선적으로 우리는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가 '박사' 조모씨의 신상을 공개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의 보장을 넘어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 25조로 신상이 공개되는 최초의 사례로, 반인륜적인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일벌백계의 선례가 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오후에 국회에서 법무부와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 등과 함께 긴급 간담회를 열고,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법 개정 및 특별법 제정을 당 차원에서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원내대표는 "외국은 종신형이 가능한 범죄지만 우리 법률은 디지털 성범죄 처벌에 너무 관대하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디지털 범죄에 날개를 달고 악성 포자를 퍼트리는 변종 성범죄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원내대표는 오전에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발표한 'n번방 재발 금지 3법'을 거론하며 "총선 후 4월 말 5월 초에 국회를 다시 소집하는 한이 있어도 임기 내 처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컴퓨터 보안 전문가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오늘 화상 연결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방지와 차단을 21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제도적인 근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표]
"n번방을 비롯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좌우, 진보, 보수, 여야 가릴 것 없이 합심해서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처리할 것을 제안합니다. 불법 촬영물의 제작자·유포자의 강력 처벌은 물론이고, 소비자까지..."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도 어제 아동·청소년 음란물뿐 아니라 모든 불법 촬영물 소지에 대해 처벌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광온 / 더불어민주당 의원]
"불법 촬영물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도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겠습니다. 미국은 아동 음란물을 소지만 했을 때도 8년의 징역이 이뤄집니다.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을 구매한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으면 n번방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n번방 사건 핵심 피의자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가 내일 결정되는 가운데, 경찰은 오늘 n번방 참여자 추적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n번방 사건이 불법 성적 동영상 유포 등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의 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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