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약 논란... 김순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인터뷰
"학생들 총알받이 만들 뿐, 로스쿨 문제 근원인 변호사시험 제도부터 고쳐야"

김순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법률방송
김순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방송통신대·야간 로스쿨 도입'을 더불어민주당이 4·15총선 공약의 하나로 지난 11일 발표했다.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시키겠다"는 취지인데, 로스쿨 재학·졸업생과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로스쿨의 실정을 모르는 황당한 공약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방통대와 야간 로스쿨을 각각 정원 100명 규모로 신설하고, 현재 한 학기 1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은 4분의 1 이하로 줄이겠다는 것이 공약의 주 내용이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의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김순석 이사장에게 로스쿨 현장에서 보는 이 공약의 의미와 문제점을 들어봤다. 김 이사장은 전남대 로스쿨 원장으로, 지난해 1월부터 제9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로스쿨 입학전형 필수요소인 법학적성시험을 교육부를 대신해 주관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다음은 김순석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고령자와 직장인에게 로스쿨 입학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민주당 공약의 취지인데 왜 이렇게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인가.

"명분에서야 반대할 수 없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이 정책의 수혜 대상은 일부 공무원 등에 한정될 것이고, 그 외 사회적 약자 내지 일반 직장인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50% 밖에 속해 일반 로스쿨생들의 합격률을 높여주는 총알받이가 될 확률이 높다. 희망 고문에 불과하다.

일단 전업 로스쿨 학생과 직장인은 경쟁이 안된다. 로스쿨 과정은 기존 사법시험 준비와 달라서 학교를 충실히 다녀야 한다. 1대 1 지도도 받고, 그룹 스터디도 하고, 자기들끼리 토론도 활발하게 해야 한다. 직장에 다니면서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못하면 학점을 잘 받기 힘들 뿐 아니라 변시에 합격하기도 어렵다.

기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로스쿨 특별전형제도(전체 입학생의 7%)로 입학한 친구들의 합격률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게 민주당이 말하는 온라인 로스쿨과 똑같은 취지의 제도다. 이 친구들의 합격률은 2016년(5회 변시) 35%, 2017년(6회 변시) 28.9%였다. 2018년 합격률은 취합 중이다. 점점 낮아지고 있다. 심지어 합격자를 한 명도 못 낸 학교도 있다. 평균 합격률은 50% 내외다.

당연한 결과다. 일반전형으로 들어온 친구들에 비해 학력이 떨어지는데, 아르바이트까지 하면 경쟁이 되겠나. 다행히도 로스쿨은 장학제도가 잘 되어있다. 의무적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에 장학금을 지급하게 돼있다. 로스쿨 재학생 6천명 중 2천명이 학비를 안 내고 다닌다. 이런 학제가 없다. 나는 이 친구들에게 아르바이트 할 생각 하지 말고 학자금 대출로 생활비를 해결하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조언한다.

지역주민에게 서비스할 지역대학 출신의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지역인재전형도 마찬가지다. 전체 입학생 중 20%나 할당해야 해 일부 지방 로스쿨에는 큰 부담이다. 이 제도 때문에 몇몇 지방 로스쿨의 합격률이 서울권에 비해 확 떨어진다. 서울이나 부산 등에 위치한 학교는 괜찮다. 인구도 많고 학교도 많으니까 선발할 만한 인재가 있다. 그런데 도세가 약한 지역의 경우 학력 차이가 상당하다.

지역인재 전형은 지난 2015년에 시작돼 (변시 합격률) 수치가 2018년 결과밖에 없는데 학교별로 결과를 아직 취합 중이다. 개별 학교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좀 있다. 물론 평균 합격률보다 낮다. 이런 친구들은 수험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심지어 졸업시험 통과를 못해서 졸업도 잘 못한다. 로스쿨 졸업이 쉽지 않다."

- 그래도 일부는 시험에 통과할 수 있지 않겠나.

"방통대와 야간 로스쿨이 도입된다면 그 혜택은 수험 공부에 익숙한 공무원 등 소수의 학생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어느 직역이든 공무원시험에 붙은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리고 몇몇은 운 좋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외 계층이동의 사다리라는 공약을 믿고 입학한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결과가 된다.

결국 이들이 '5탈자'(변시에 5회 응시까지 불합격)가 될 확률도 높다. 한해 200명씩 5년이면 1천명이다. 젊은 친구들에게 정말 못할 짓이다. 대학교 4년, 대학원 3년, 수험기간 12년을 공부하고 아무런 자격증도 얻지 못한다면 그 친구들 인생은 정말 힘들어진다. 위선적인 정책이다."

- 공약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변호사는 로스쿨 입학정원이 늘어나면 변시 합격자 수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하던데.

"그게 현실을 전혀 모르는 말이다. 입학 정원이 200명이 늘어난다고 변시 합격률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로스쿨 입학은 교육부가 관장한다. 하지만 변시는 법무부가 관장하고 있고, 자격을 주는 것을 왜 이익단체가 통제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대한변호사협회가 사실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출구와 퇴로를 각각 다른 기관이 관장하고 있다. 출구를 넓혔다고 퇴로가 넓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적용 법률도 다르다. 입학 정원을 늘리려면 로스쿨 설치 인가에 관한 법률을 건드려야 하고, 합격자는 변호사시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로스쿨 문제를 풀기가 어려운 것이다. 입구를 유연하게 하면 출구는 더 힘들어지는 묘한 구조다.

그리고 설령 변시 합격률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해도 (새로 설립하겠다는 로스쿨의) 그 친구들이 시험에 통과하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일반전형 학생들 합격률이 더 올라가겠지. 지금 특별전형, 지역인재전형처럼 총알받이가 될 뿐이다."

- 그렇다면 왜 이런 공약을 했을까.

"과거에 상고 출신들이 야간 법대 다니면서 사시에 패스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그런 것을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그 시대 야간 법대를 다닌 친구들은 수재라면 수재들이다. 그때는 머리 좋은 친구들이 상고를 가던 시대다. 그리고 그 친구들도 야간 법대를 다니면서 시험에 합격하지 않았다. 2학년까지는 은행을 다니면서 야간을 다닌 뒤 군대를 간다. 그러면 군대 3년간 은행에서 본봉을 지급한다. 그 돈을 다 저축하고 제대 후 퇴직하면 5년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럼 그 돈으로 4학년까지 죽기살기로 공부해서 사법시험에 붙기도 하고, 졸업 후 한국은행 등 좋은 직장에 가기도 하고 그랬다. 즉 그 친구들도 전업으로 공부했지, 직장 다니면서 공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모두가 타이트하게 공부하는 환경에서 더 이상 그런 스토리가 가능할까. 로스쿨이 직장과 가까운데 위치하기나 하나. 여러 가지 어려움이 눈에 훤히 보인다.

결국 문제의 본질을 전혀 모르고 공약을 낸 것이다. 취약계층이 보면 좋아하겠지만, 알고보면 로스쿨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발표한 정책이다.

일단은 총선을 위한 공약이라고 생각하고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지만, 총선 이후 실제로 정책화된다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다. 기존의 특별전형과 사회배려전형과 사실상 같은 제도라 굳이 추가적으로 도입할 필요도 없고,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또 로스쿨은 장학제도가 잘 구비돼 있어 등록금 때문에 입학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공부를 못해서 입학시험에 통과를 못해서 못 들어오겠지."

- 그렇다면 로스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로스쿨의 모든 문제는 변시 합격률과 물려있다. 변시 합격률이 올라가면 특별전형과 사회배려전형 입학자 및 5탈자 문제까지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다.

어떤 시험이든 100% 통과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탈락자가 나오는 것은 괜찮은데, 지금 합리적인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친구들이 탈락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합격률이 50% 내외가 되면 어려운 사정이 있는 친구들이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5탈자가 된다. 결국은 합격률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또한 5탈 제도 관련해서는 법률을 개정해 질병, 출산 등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 수험을 유예시켜주는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고 개선이 필요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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