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따라 여행 연기만 가능" vs "약관 자체 위법, 부당이득 반환해야"

[법률방송뉴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계약금 등 여행비용을 다 지불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여행을 갈 수 없게 됐습니다.

당연히 지불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여행사는 약관을 들어 연기는 해줄 수 있지만, 환불은 해줄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해당 약관에 동의한다고 고객은 어쨌든 사인을 했습니다. 법적으로 어떻게 될까요. 오늘(16일) 이와 관련한 첫 집단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장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월 말 베트남 여행을 계획한 한 고객의 숙박 결제내역입니다.

결제 일자는 지난 1월 22일, 호텔 체크인은 오는 22일입니다.

그러나 결제일 이후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베트남은 현재 한국발 승객이 입국할 경우 2주간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게 됐는데도, 전 세계 91개 나라에서 리조트 및 호텔 예약을 전문으로 하는 A 여행사는 베트남 여행을 예약한 고객들에 대한 환불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에 인터넷 카페엔 "베트남 항공편이 전부 취소되어 여행 자체를 못 가게 됐는데 여행사에 문의하니 잠수를 탔다"거나 "여행사에서 죽어도 환불 안 해준다고 하네요" 같은 A 여행사를 성토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같은 위약금 환불 분쟁이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소비자 13명이 오늘 A 여행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자 집단소송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단 A 여행사는 자사 사이트에 올린 답글을 통해 "고객님, 죄송하게도 입국금지로 취소는 불가하며 12월 15일 이전까지 날짜 변경만 가능한 점 안내드린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적립금을 쌓아두는 방법 등으로 연기는 해줄 수 있지만, 취소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일단 A 여행사 이용약관 제34조엔 '천재지변, 전란, 정부 명령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엔 여행 조건을 변경하거나 요금을 달리 정산한다'고만 되어 있습니다.

환불에 관한 규정은 없습니다.

여행 취소에 여행사 귀책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환불을 해줄 순 없다는 것이 여행사 입장인데, 소비자보호원도 여행사 잘못으로 취소된 게 아닌 만큼 약관이 우선한다는 여행사와 같은 입장입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
"특약이 표준약관보다는 우위에 있어요. 여행사에서 마련한 특약이 먼저 우선이기 때문에 그것에 의해서 이행을 합니다. 조금 불리하긴 하죠, 소비자님한테. 그런데 그것은 다 확인을 하시고 계약을 하신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님들이 특약에 의해서 이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황준협 변호사는 해당 약관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한 위법한 약관'으로, 위법한 약관을 근거로 환불을 못 해주겠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황준협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 A 여행사 환불 소송대리인]
"이 부분은 약관법이나 기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내놓은 지침이나 이런 것들을 봐도요, 불공정 약관이 명확해 보인다는 게 저희 판단이고요.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약관이 불공정 약관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근거해서 하는 건 이유가 없다는 게 저희 생각이고요."

관련해서 공정거래위위원회는 지난 2017년 천재지변 등 여행자 귀책 사유가 아닌 불가피한 사유일 경우엔 소비자에 위약금 지불 책임을 면제하도록 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2018년 2월부터 시행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사가 소비자들에게 숙소를 마련해줘야 할 '의무'를 면제받았으니 그에 따른 계약금이나 수수료 등 '권한'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황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황준협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 A 여행사 환불 소송대리인]
"여행계약 체결 이행이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에 그 부분은 이행불능으로서 그쪽에서도 예약 내역을 실행할 수 있는 '의무'는 면제가 됐지만, 반대급부로서 해당 금원을 보유하거나 받을 수 있는 '권한'도 소멸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거든요. 그것에 따라서 하는 것이고..."

황 변호사는 일단 13명으로 집단소송을 내고, 추후 비슷한 피해자들을 더 모아 추가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한국발 승객에 대해 이런저런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140개 나라에 이릅니다.

소비자보호원에서 분쟁 해결을 못 볼 경우 비슷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사태에는 여행사와 소비자 누구의 잘못도 없지만,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었을 경우 소비자의 위약금이나 회사 측의 환불 책임에 대해 법원이 어느쪽 손을 들어줄지, 어떻게 어디까지 인정할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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