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200명 늘리고, 등록금 ¼ 이하로" vs "변호사시험 정상화부터"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 등 200여명이 지난 2월 18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등 로스쿨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법률방송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 등 200여명이 지난 2월 18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등 로스쿨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1일 '방송통신대·야간 로스쿨 도입'을 4·15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시키겠다"는 것이 공약 취지지만,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 및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황당한 선심성 공약", "현재 로스쿨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안이하게 만든 공약”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로스쿨 재학·졸업생과 교수,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단체인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는 민주당의 공약 발표 당일 성명을 내고 “로스쿨을 더 만들어 학생들한테 '변호사시험 초시 합격률 50%, 영구 불합격률 25%'의 모험 또는 도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만 하면 공정한 사회가 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주당의 안이한 인식을 규탄한다"며 "로스쿨의 핵심 문제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통제에 있지, 단지 방통대나 야간 로스쿨을 도입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대 로스쿨을 도입하겠다는 민주당의 공약은 현 로스쿨 제도에서 고령자가 로스쿨 입시 2차 전형인 면접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방통대에 100명 정원으로 온라인 로스쿨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직장인이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야간 로스쿨을 기존 대학을 대상으로 100명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반 직장인 등이 학비 부담으로 3년 과정 로스쿨에 진학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방통대에 설치되는 로스쿨의 등록금은 현행 로스쿨 등록금의 4분의 1 정도로 저렴하게 설정,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로스쿨의 한 학기 등록금은 평균 1천만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방통대에 예산 지원을 병행하고, 기존 로스쿨에 비해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입학·학사 기준과 설치 기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부모 찬스’를 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공정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다.

◆ "변시 합격률이 근본 문제... 사회적약자 입학 늘려봐야 문제 더 악화"

이에 대해 로스쿨 재학·졸업생들은 “취지야 그럴듯하다”면서 “그러나 기존 로스쿨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 약자의 입학을 늘려봐야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로스쿨에는 특별전형으로 불리는 사회배려전형이 이미 있다. 일반전형 외에 장애인, 경제적 약자 등에게 정원 외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변호시시험 합격률은 일반전형 입학자들에 비해 떨어지고, 그 비율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하락하는 추세다.

이유는 변호사시험이 당초 취지와 달리 자격시험으로 운영되지 않고 선발시험으로 변질되면서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까지 하면서 3년 동안 변호사시험 합격에 매달리는 로스쿨생과, 생활비를 벌어가며 공부해야 하는 로스쿨생 사이에 합격률 차이는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호사시험 1~4회에서 일반·특별전형 로스쿨생 간의 합격률 차이. 법무부는 5회 변호사시험부터 사회배려전형 로스쿨생의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자료
변호사시험 1~4회에서 일반·특별전형 로스쿨생 간의 합격률 차이. 법무부는 5회 변호사시험부터 사회배려전형 로스쿨생의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자료

시험에 불합격하고 난 뒤 몇년간 돈을 벌어 다시 시험을 준비하는 식으로 스케줄을 조절할 수도 없다. 졸업 후 5년 내에 합격하지 못하면 다시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 휴학도 힘들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응시인원 대비가 아닌 로스쿨 입학정원(2천명) 대비로 정해진다. 해마다 재응시생이 쌓이면서 합격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50% 내외다. 지난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7.2%였지만 지난해 제7회 합격률은 49.45%까지 떨어졌다. 휴학을 하면 본인도 불리하지만, 뒷기수 합격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후배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성적 순으로 법원이나 검찰, 대형 로펌 등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석차 경쟁도 극심하다.

이처럼 무한경쟁 상태로 최장 8년의 수험기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전형만 늘리겠다는 것은 선심성 공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 로스쿨 졸업생은 “현재도 로스쿨에는 학자금 대출 및 장학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다”면서 “등록금 문제는 기존 장학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민주당이 공약으로 '반의 반값 등록금'을 강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로스쿨 제도에 대해 아무런 고민을 안 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반의 반값 등록금 현실성 없어... 기존 사회배려전형 개선부터"

이번 공약을 입안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측 전문위원은 이같은 비판에 대해 "그렇지 않다”며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입학정원 대비 75%로 정해진다. 따라서 입학정원이 늘어나면 합격자 수도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법무부나 교육부가 아니다"라며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 우리가 관여해서도 안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문제점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데서 나온 발언이다.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75% 합격률'이라는 기준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실제는 법무부가 변호사 수급 상황 등을 이유로 임의로 매년 합격자 수를 조절하고 있다.

등록금을 반의 반값, 4분의 1 이하로 낮추겠다는 '등록금 현실화' 공약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로스쿨 등록금이 높은 이유는 로스쿨 인가 심사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로스쿨 인가 당시 교원, 시설, 학생 등 3가지 부문이 평가 기준이었다. 로스쿨이 지역별로 안배되면서 학교간 유치 경쟁이 벌어졌고, 앞다퉈 로스쿨 전용 건물과 도서관 등을 짓고 신규 교원들을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별로 수백억원씩의 투자가 공공연히 이뤄졌다. 로스쿨 교수의 경우 변호사 업무 등 겸직이 불가능해 연봉 수준이 높고, 기준이 까다로워 영입할 수 있는 인재가 많지 않아 몇몇 학교를 제외하고는 역량있는 교수진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로스쿨 정원은 최대가 150명(서울대 로스쿨)이다. 25개 중 15개 로스쿨의 입학정원은 100명 이하다. 대부분의 로스쿨이 비싼 등록금을 책정하고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다.

이처럼 충분한 준비 없이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아직도 몇몇 학교 외에는 변호사를 육성하기에 교수 역량 내지 커리큘럼이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방통대와 야간 로스쿨 도입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민주당 전문위원은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 아니냐”며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말을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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