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1개 층에서만 46명 확진, 시간 갈수록 늘어... "수도권 방역체계 전환해야"

콜센터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앞에 10일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자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왼쪽). 코로나19 관련 국민 전화상담을 받는 1339 콜센터, 이곳 근무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근무한다. /법률방송
콜센터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앞에 10일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자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왼쪽). 코로나19 관련 국민 전화상담을 받는 1339 콜센터, 이곳 근무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근무한다.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소재 빌딩에 입주한 보험사 위탁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집단감염 폭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 박남춘 인천시장, 김희겸 경기도 행정부지사 등은 10일 오후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과 관련해 화상회의를 갖고 이날 오후 1시 현재 콜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64명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확진자 22명에서 급격히 늘어났다.

이같은 수치는 서울과 수도권 집단감염 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64명은 서울 거주 콜센터 직원과 가족이 40명, 인천 거주 14명, 경기도 거주 10명 등이다. 그러나 이성 구로구청장은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 콜센터 근무자 207명 중 아직 검사를 안 받은 사람이 상당히 많다"며 "검사를 받은 사람 중에서도 절반만 결과가 나왔는데 지금 확진자가 60명이 넘었다. 앞으로 훨씬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은 지하 6층 지상 19층 주상복합 건물로, 보험사 위탁 콜센터는 11층과 7~9층에 입주해 있다. 11층 근무자가 207명, 7~9층 근무자가 55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층에서만 이날 오후까지 46명의 직원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른 직원들은 전원 자가격리돼 검사가 진행 중이다. 7~9층 근무 직원들도 검사가 통보됐다. 구로구는 이 빌딩에 입주한 다른 업체 직원들에 대해서도 검체 체취를 시작했다.

이 빌딩 1~12층 영업시설은 전면 폐쇄됐다. 13∼19층 오피스텔 140세대 주민들은 자가격리를 안내받은 상태다. 1~4층에는 예식장이 있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코로나 감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은 전날까지 확진자가 9명에 그쳤으나 콜센터 관련 주민들이 감염되면서 하루 사이 확진자가 23명으로 급증했다. 구로구 거주 직원 가족 1명은 금천구에서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것으로 확인돼 마을버스 운행이 중단되는 등, 서울과 수도권 전체가 지역사회 전파 우려에 비상이 걸렸다.

◆ "좁은 공간서 마스크 없이 계속 통화"... '거리 두기' 자체가 불가능

보험사 위탁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콜센터 업무 자체가 다수의 직원들이 낮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1~2m 좁은 간격에 붙어 앉아 일하는 구조다. '거리 두기'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더구나 하루 내내 전화 응답을 해야 하는 업무다. 전화 상담이라는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착용할 수도 없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매개체인 비말이 콜센터 공간에 퍼져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문의를 받는 1339 콜센터(위 사진 오른쪽). 이곳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국민들의 전화 문의를 받고 있다. 한 직원은 법률방송의 문의에 "마스크를 쓰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답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구로 콜센터의 경우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근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사업장 내 사람 간 간격과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유연근무제, 재택근무제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콜센터는 재택근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콜센터 직원들은 고객이 전화를 했을 때 각종 개인정보를 보면서 응대하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이 때문에 개인정보를 회사 외부에서는 아예 열 수 없도록 관리한다. 일부 보험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콜센터 직원들에게 정보보호 서약서에 사인을 받고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또 콜센터 직원들을 각각 다른 공간으로 분산시켜 근무하게 하고 있다.

◆ 전문가들 "수도권 발생 상황 집중, 방역체계 바꿀 때 됐다"

문제는 이번 콜센터 집단감염이 서울과 수도권의 지역사회 전파로 번지는 것 아니냐 하는 것. '대구 신천지'에 이은 '서울 콜센터'의 '슈퍼 전파 공포'다. 서울시는 우선 시내 전체 콜센터를 긴급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발생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감염 사례"라면서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수도권 공동대응 체계를 갖추자고 제안했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다른 자치구나 지자체에서 구로구 콜센터 건물 근무자라고 밝혀도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를 못 받고 다시 구로구로 찾아오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며 “이들이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신속하게 각 지방자치단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대구·경북에 집중 발생하던 확진자는 신천지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도권 내 콜센터나 의료기관 등 시설에서 벌어지는 집단감염은 더 위험한 대규모 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는 "수도권에는 인구가 밀집돼 있고 시설도 많다"며 "수도권 내 요양시설과 병원 등에서 유행이 시작되면 환자 수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사망자도 많아져 치명률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서울과 경기, 인천은 인구도 많고 외국인도 가장 많다"며 "아직 환자가 많은 대구·경북 상황을 해결함과 동시에 서울, 경기 등의 지역사회 감염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방역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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