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 바이브·송하예·임재현 등 '음원 사재기' 실명 적시 명예훼손 피소
문체부, 현장조사권 없어 음원 사재기 의혹 못 밝혀... 경찰 수사 주목

[법률방송뉴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사재기' 논란이 뜨거웠는데요. 음원 시장엔 '음원 사재기'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음원이 출시되면 이른바 '작업'을 통해 음원 순위를 올려서 인기가 있는 것처럼 착시 현상을 일으켜 음원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허위로 창출해내는 걸 말한다고 합니다.

관련해서 동료 가수들의 음원 사재기 논란을 실명으로 폭로한 가수 박경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음원 사재기 논란과 법적 쟁점을 짚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

아이돌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이 지난해 11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인데,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단정적으로 적고 있습니다.

결국 박경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했고, 소속사는 오늘(10일) 박경이 어제 첫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소속사는 "박경이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았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밝힐 수 없다. 추후 진행되는 수사에 성실하게 임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음원 사재기 논란과 의혹은 우리 가요계나 음원시장에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어떻게 보면 일상사가 됐습니다.

가깝게는 지난 5일, 2017년 데뷔한 솔로가수 오반이 싱글 앨범을 공개했는데 공개 당일 방탄소년단과 지코 등을 제치고 단번에 음원 순위 최상위에 올라 사재기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의혹의 눈초리에 오반은 SNS에 "내가 그럴 자격이 없어서 의심받을 사람이라서 미안하다. 죄송하다. 근데 정말 거짓이 아니다"라며 음원 사재기 논란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가수 오반 / 유튜브 채널 '꽈뚜룹']
"'기계를 썼다' 이렇게 하는데, 제발 적당히 했으면 좋겠고 모르겠어요, 저는..."

통상 음원 사재기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불법 도용해 특정 음원을 반복 다운로드 하고 스트리밍 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던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드루킹 댓글 조작의 가요계 버전 같은 겁니다.

이를 위한 전문 브로커도 있는 것으로 업계에선 전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음원 마케팅과 불법 순위 조작의 경계가 애매하고, 처벌을 위한 적용 법 조항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임상혁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세종]
"음원 사재기 자체가 법적으로 과연 그러면 어떤 죄에 속하느냐, 특정인에 대한 사기가 되는 것이냐, 업무방해가 되는 것이냐, 이런 것도 애매했어요, 처벌규정 자체가. 적용 법조 자체가..."

이런 점을 감안해 지난 2016년 3월 '음악산업법' 조항들이 전면 개정됐습니다.

개정 조항은 "음반·음악영상물 관련업자가 제작·수입 또는 유통하는 음반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해당 음반을 부당하게 구입하거나 관련된 자로 하여금 부당하게 구입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있습니다.

[임상혁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세종]
"지금 거기 26조에 나와 있는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라고 돼 있는 것이고 그럴 의도가 있어야 되는 것이고, 과연 그 행위가 '부당하냐 정당하냐' 골수 팬으로서 단순하게 진행한 것 정도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타인의 대가를 받고 진행했거나 이런 것들은 영업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성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가 있겠고..."

문제는 부당하게 구입한 것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음원을 구입했는지, 불법성이 있는지 강제수사를 하려면 수사의 단서가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문체부나 지자체에 이를 확보할 수 있는 실효적인 수단이 법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지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문체부장관과 시도지사 같은 경우는 이러한 조사를 위해서 관련업자에게 관계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그런 '자료제출 요구권'도 인정이 됐는데요. 자료제출 요구권만 있고 현장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 같은 것은 인정이 안 됐기 때문에 관련업자들이 한정된 자료만 제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부당하게 구입했다는 '부당하다'는 부분이 입증이 안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게 된 것입니다."

결국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반쪽짜리 법안이 됐다는 것이 김지혜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김지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부당하게'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도 사실상 관련업자들이 조금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준 것처럼 됐고, 문체부장관과 시도지사에게 현장조사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은 관련 자료의 제출을 받는 것만으로는 이런 것을 입증해서 수사의뢰를 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그래서 해당 규정이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반쪽자리 법이 아니냐' 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8년 문체부가 직접 나서 음원 사재기 논란을 받은 가수들을 조사했지만 "사재기 여부 판단이 어렵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는 등 법 개정 이후에도 음원 사재기로 처벌된 사례는 전무합니다.

가요계에선 이번 '박경 사건' 수사가 음원 사재기 실체를 밝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허위사실인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인지를 파악하려면 음원 사재기의 실체 여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찰 수사로 가요계에 끊이지 않는 음원 사재기 논란과 의혹이 그 실체를 드러낼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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