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 6천만 국민에 '이동제한령'... 코로나 사망자 463명
포자 교도소 50여명 집단 탈옥... 로마 시내 교도소 등 방화 잇달아
교도소 지붕에 올라가 "자유" "사면"... 의무실 약물 먹고 숨지기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비토레 교도소에서 9일(현지시간) 재소자들이 교도소 지붕 위에 올라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면회 금지 등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비토레 교도소에서 9일(현지시간) 재소자들이 교도소 지붕 위에 올라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면회 금지 등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이탈리아 교도소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면회 금지에 반발해 발생한 폭동 사태가 9일(현지시간) 이틀째 이어지며 전국 22개 교도소로 번져나가고 있다. 일부 교도소에서는 집단 탈옥이 발생했고, 사망자도 7명이 나왔다.

이탈리아는 이날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만명에 육박하는 등 급격히 확산되자 정부가 내달 3일까지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리는 등 초강수를 뒀다. 이에 따라 6천만명의 이탈리아 국민은 업무·건강 등 사유 외에는 거주지역에서 이동할 수 없다. 9일 오후 6시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천172명, 사망자는 463명으로 파악됐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남부 도시 포자 교도소에서 이날 오전 폭동이 일어나 수용자 50여명이 교도소 철문을 부수고 외부로 빠져나갔다. 경찰은 지역 상점의 문을 닫도록 권고하고 탈옥자들을 수색하고 있다. 30여명은 경찰에 다시 붙잡혔다. 북부 모데나 교도소에서도 일부 탈옥 시도가 있었으나 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수용자들과의 충돌로 교도관 2명이 부상했다.

수도 로마 시내 교도소 등에서는 폭동 여파로 수용자들이 방화해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바티칸 남쪽 테베레 강변에 있는 레지나 코엘리 교도소와 동부 외곽의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불기둥이 치솟아 소방당국이 긴급 출동하는 등 소동을 빚었다. 중부 피렌체 북쪽 프라토 교도소와 모데나 교도소에서도 일부 수용자가 시설에 방화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밀라노 산바토레 교도소는 수용자들의 폭력 사태로 얼룩졌다. 이들은 매트리스를 불태우고 의무실을 공격했다. 일부 수용자들은 교도소 지붕에 올라가 '자유'를 외치는가 하면 일부는 '사면'(indulto)을 뜻하는 글자를 새기기도 했다.

이탈리아 교정당국은 이번 폭동 사태로 모데나 교도소 등에서 총 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교정당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폭동 와중에 교도소 내 의무실에서 훔친 향정신성 약물인 '메타돈'을 과다 복용해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 약물은 헤로인 중독 치료에 쓰이는 합성 진통제로 한꺼번에 기준치 이상으로 복용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 또 사망자 가운데 1명은 매트리스 등을 태울 때 나온 유독가스를 다량 흡입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하루 폭동이 발생한 교도소는 전국 22개에 달했다. 전날 모데나, 파도바, 프로시노네, 나폴리 교도소 등에서 최초 발생한 폭력 사태가 여러 교도소로 번진 것이다. 수용자들의 가족도 교도소 밖에서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교도소 내 가족 면회를 금지하고 일일 외출자 수를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현지 수형자 인권단체는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대책을 일부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밀 현상이 심각한 교도소 내 수형자들 사이에 코로나19 유입에 대한 두려움이 큰 상황에서 가족 면회마저 금지할 경우 분노와 반발심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유럽 내에서도 교도소 과밀로 악명 높은 국가다. 전체 교도소 수용 정원은 5만931명인데 현재 수감 인원은 6만1천230명에 달한다. 평균 20% 정원 초과 상태이며 일부 교도소는 정원의 180%에 이를 정도로 과밀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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