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자의적 해석 안돼"... 박원순의 '정치적 쇼' 시각도

[법률방송뉴스] 검찰이 오늘(2일) 서울시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12개 지파 지파장 등 신천지 지도부를 상해와 살인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고발 하루 만의 발 빠른 사건 배당과 수사 착수인데요.

관련해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 언론 브리핑에서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처벌”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필적 고의’가 무엇인지, 실제 살인죄 처벌이 가능할지 등을 알아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검찰이 감염병예방법과 상해·살인 혐의 등으로 서울시가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오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서울시는 어제 저녁 8시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및 12개 지파 지파장들을 살인 및 상해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피고발인들이 검진을 거부하고 있고, 신도들이 코로나19 전파 방지를 위해 방역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하는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게 서울시 고발 사유입니다.

시설 폐쇄 등을 제때 하지 않고 명단 등을 허위로 제출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이나 상해로 볼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공중의 안녕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을 경우에, 그러니까 심각한 피해가 생겼으니까 살인 혐의로 한 것이고요. 공중의 안녕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잖아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 ‘코로나19 서울시 정례브리핑’에서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해서라도 처벌받을 수 있는 법률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밝혔습니다.

“이만희 총회장은 신도들의 명단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은 물론 집회 등을 일절 금지하고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제때 하지 않고 방해하고 대로는 허위로 말한다”,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확진자들이 엄청난 비율로 늘어나고 있는데 그 때문에 사망한 사람도 상당수다. 모든 정보를 공개한 뒤 협력하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게 박 시장의 말입니다.

[박원순 / 서울시장]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다음과 같이 비상한 조치를 취하고자 합니다. 첫째, 서울시는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단계 격상에 따라...”

박 시장은 어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시라도 빨리 적극적 조치를 취했다면,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는 일도, 다수의 국민이 사망에 이르거나 상해를 입는 일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나 살인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글입니다.

미필적 고의는 특정한 결과를 의도하진 않았어도 그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해당 행위를 했을 경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아파트에서 돌을 아래로 던지면 ‘지나가는 행인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면서도 돌을 던져 행인이 맞아 죽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성립하는 식입니다.

[조원익 변호사 / 법무법인 로고스]
“만약 내가 ‘저 사람을 죽여야겠다. 사망시켜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어떤 행위를 해서 실제로 사람이 사망하면 이때는 누구나 살인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겠죠. 이것을 ‘확정적 고의’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미필적 고의’는 확정적 고의하고 조금 다르게 자기 행위로 인해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그냥 그 행위를 하는 경우입니다.”

법조계에선 감염병예방법 위반까진 몰라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죄나 살인죄 성립은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조원익 변호사 / 법무법인 로고스]
“만일 이만희씨가 신도들의 명단을 거짓으로 공개했다고 하면 이것은 감염병예방법상의 역학조사라든지 어떤 필요한 조치를 방해한 것이 되기 때문에 감염병예방법 위반 여부는 성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을 넘어서서 상해나 살인이나 이런 것까지는 거짓으로 정보를 공개했다고 해서 그게 상해나 살인으로 바로 연결될 수는 없는 것이거든요.”

다만 이만희 총회장이 "다른 교회 예배에 참여해 코로나19를 전염시켜라"는 직접 지시를 내렸다면 상해교사죄가 성립할 수는 있습니다.

[조원익 변호사 / 법무법인 로고스]
“만약 신도들이 그 지시에 따라서 교회에 침투해서 질병을 전염시켰다고 한다면 그럴 경우에는 신도들에게도 어떤 전염이라는 상해의 결과를 의도했다, 그러니까 상해의 어떤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고요. 이만희씨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것을 알면서도 지시했다고 만약 볼 수 있다면 그러면 상해의 교사까지도 성립할 수 있겠죠.”

다만 이 경우에도 단순히 예배 참가 독려 등을 지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상해죄나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임광훈 형사전문 변호사 / 합동법률사무소 영우]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아니고 그렇게 다 확대해서 처벌한다는 것은 인과관계에서 굉장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필적 고의도 사실은 굉장히 자의적인 해석이 아닌가. 그런 미필적 고의까지 한다면 마치 약간의 ‘나비효과’ 가지고 큰 결론에 대해서 ‘다 책임져라’ 이런 문제이지 않습니까.”

박원순 시장은 또 이만희 총회장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진원지”로 언급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이만희 총회장을 체포하는 것이 지금 검찰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법조계에선 이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소환 통보도 하지 않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체포’를 언급한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태원 검사 출신 변호사 / 법무법인 에이스]
“일반 일선 경찰서에서도 3번 불러서 안 오면 체포영장 받아서 잡으러 나서잖아요. 일반적으로 체포영장을 발부하려고 하면 우리 형사소송법상 조사에 불응할 때 체포영장 발부하도록 돼 있으니까 체포라는 것은 구속영장이 아니기 때문에 불러서 조사만 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한 3번 불러서 안 오면...”

이런 가운데 이만희 총회장은 오늘 오후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의는 아니지만 많은 감염자가 나와 정말 면목 없다.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자신에 대한 수사를 염두에 둔 발언인지 의례적인 발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고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이만희 총회장은 “무서운 병이 왔는데 어느 부모가 그냥 보겠냐”라며 “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선 박원순 시장의 이만희 총회장 살인죄 고발 등 신천지를 향한 날 선 발언과 행보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한 ‘압박 카드’라는 해석과 ‘정치적 쇼’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혐의 적용을 어디까지 할지, 강제 수사에 나설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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