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신천지교회... 행정기관들은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박한규 대한법률구조공단 전 홍보실장
박한규 대한법률구조공단 전 홍보실장

창원지방검찰청에서 검찰시민위원으로 활동하던 2011년의 일로 기억한다. 사귀던 여자친구가 만나주지 않는다고 사는 집에 돌을 던져 거실 유리창을 파손한 남성을 벌금 30만원에 약식기소하겠다고 담당 검사가 보고했다. 그 보고를 받은 필자는 그 정도 비용으로 그 정도 화풀이를 할 수 있다면 1년에 두 번은 기꺼이 돌을 던지겠다고 했다.

지금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온 나라가 난리다. 특히 감염자의 3분의 2 이상이 거주하는 대구시는 거의 공황 상태다. 우리나라 수출 총액의 25.1%, 수입 총액의 23.1%를 차지하고(2019년 기준), 연간 약 480만명(전체 외국인 입국자의 31.7%, 2018년)이 방문하는 인접 국가와의 국경을 봉쇄하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했으니 그나마 치사율이 낮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혹시 이 정도 전염력에 치사율마저 높았으면 아마 우리나라는 극단적인 양자택일을 강요받았을 것이다.

초기 정부 대응의 적절성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이제 감염자가 참석했던 신천지교회의 예배가 확실하다. 백보 양보해 그 감염자는 당시 감염 사실을 몰랐을 수 있어 책임을 따지기 곤란하다 하더라도, 확산 원인의 개연성이 어느 정도 확인된 이후 해당 교회나 중앙정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대응 태도는 일반 국민들의 기대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이를 두고 ‘영장을 발부해 신도 명단을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행정력을 동원한 경기도의 조치와, ‘협조를 구한다’는 대구시의 태도, 일부 신도의 명단을 누락한 신천지교회의 정보 제공에 대한 비판까지, 지금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관계기관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비판에 대한 방어 논리로 법을 들먹이는 부류들이 있다. 당연히 법치주의 국가에서 모든 행정행위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또 엄격하게 절차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행정행위의 근거와 절차를 정한 법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고 그 합의의 바탕에는 국민들의 법 감정이 있다. 국민의 법 감정과 법 조문 그리고 법의 집행과 적용 사이의 간극이 크면 이것은 곧 그 사회의 균열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입법부는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법을 제·개정하여야 하고 행정기관은 이것을 엄격하게 집행해야 하며 사법부는 위반 여부에 대해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것이 법치국가의 기본이다. 누구도 이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국민은 그 어느 기관, 개인에게 이 원칙에 위배되는 결정 권한을 부여한 적이 없다.

전부가 아닌 일부 신도 명단을 제출하는 신천지교회, 행정기관의 불허 통보를 무시하고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주최하는 정치세력, 주일 예배를 강행하겠다는 종교집단 등에 대해 호소만 하거나 방관하고 있는 행정기관의 태도는 일반 국민의 지금 법 감정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그리고 지금의 그 법 감정은 소수의 일시적, 즉흥적인 반응이 아닌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 요구로 보인다.

문자로 법전이라는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법을 깨워 적용하고 판단하게 하는 것은 언제나 이런 국민들의 이런 법 감정이다. 절대 소수의 권력자나 법률 전문가의 판단이 아니다. 부디 30만원의 벌금으로 담장 넘어 돌을 던지는 불량배를 막겠다는 자의적 우(愚)를 반복하지 않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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