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포토라인 때문에 정신적 고통"... 김형준 부장검사 뇌물 피의자, 국가 상대 위자료 청구
1심 "일반인은 검찰이 얼굴 가려줄 의무... 가려달라 요청하지 않아 손해배상책임은 미성립"

[법률방송뉴스] 뇌물 사건 피의자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사람이 정부와 검찰 수사팀을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입니다. 지난 2016년 고교 동창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스폰서’로 지목된 김모씨가 낸 소송입니다.

수사 받는 과정에서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져 고통을 받았으니 이를 배상하라는 소송입니다.

검찰 공보준칙은 ‘공인’에 한해 국민 알 권리 등을 사유로 예외적으로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단 스폰서 김씨는 공인은 아닙니다. 

관련해서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 진상범 부장판사)는 ‘공인’의 개념을 “신원을 공개할 공공의 이익이 피의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을 유지할 이익보다 우월해 언론의 공개가 허용되는 자”라고 규정했습니다. 

재판 쟁점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얼굴을 가려줄 의무가 있느냐’와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배상책임이 인정되느냐’입니다. 

재판부는 일단 신상을 가려줄 의무가 있다고 봤습니다. 

"공인이 아닌 피의자가 호송 중 사진 촬영을 당하는 경우, 수사관이 피의자의 얼굴 등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신체 부분을 가려줄 의무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피의자는 일단 초상이 촬영되면 사진이 공개될 즉각적 위험에 노출되고, 그 피해는 회복하기 어렵다. 옷가지 등으로 안면을 가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호송 업무에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다”는 점을 들어 이같이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수사기관이 얼굴을 가려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초상권 침해는 사람의 주관적인 명예감정 등에 따라 정신적 피해의 유무와 정도가 천차만별일 수 있어 수사관이 절박한 정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피의자는 점퍼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보도되는 것을 더욱 굴욕적으로 느낄 수 있고, 심지어 초상의 노출을 감수하고라도 적극적으로 언론에 입장을 밝히려는 피의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서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얼굴 등을 가려줄 것을 요청받은 등의 상황에 한해 고의·과실이 있는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김씨가 얼굴을 가려달라고 먼저 검찰 수사팀에 요청하지 않아서 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이런 결론엔 김씨가 도피 도중 언론사 기자에게 연락하기도 하고 당시 포토라인에서도 여러 질문에 답변했다는 점도 반영이 됐습니다. 

김씨가 포토라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건 이미 얼굴은 다 공개돼 카메라에 찍힌 상태에서 물어오는 말에 자신의 입장을 밝힌 거여서 이 부분에 큰 의미를 둘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예전에도 지금도, 피의자들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는 게 ‘국민 알 권리’와 무슨 큰 상관이 있을까 하는 회의감은 있습니다.

국정농단 특검 때처럼 수사상황을 언론 공개 브리핑을 하고 질의·답변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춘재나 고유정 사건처럼 경찰 기자 브리핑도 아니고 속된 말로 ‘피의자 얼굴 까는 것’ 말고 국민의 어떤 알 권리가 충족된다는 건지 의문입니다.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 형사소송법상 비밀엄수 규정, 그동안 ‘검찰 포토라인’이 자의적으로 깨트려 온 측면이 있는 형사법의 원칙들입니다.

검찰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제대로 된, 진정한 알 권리가 구현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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