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장 편파적, 바꿔달라”... 특검 '기피 신청' 받아들여질까
"이재용 재판장 편파적, 바꿔달라”... 특검 '기피 신청' 받아들여질까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2.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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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집행유예 선고하겠다는 예단 드러내, 대법원 판결 취지에도 반해"
법조계 "정준영 부장판사 행동 낯설기는 하지만... 인용 쉽지 않을 것"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양형 봐주기’를 한다는 의혹을 제기해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4일 “재판장 정준영 판사가 일관성을 잃은 채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재판장 기피 신청을 냈다.

특검은 "재판장이 피고인 이재용 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예단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서울고법에 정준영 형사1부 부장판사의 기피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18조 1항 2호에 따르면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검사 또는 피고인은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 “준법감시위는 경영자 개인 아닌 기업에 대한 양형사유”

특검 측은 먼저 정 부장판사가 삼성의 내부 감시제도 마련을 양형 사유로 삼겠다고 한 것을 문제삼았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25일 첫 공판에서 미국 연방양형기준 8장의 준법감시제도를 언급하면서도 “이는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 무관하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정 부장판사의 준법감시위 언급 이후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도입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어 지난달 17일 “(삼성 준법감시위가)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특검은 “법원은 심지어 전문심리위원을 선정하여 그 실효성 여부를 감독하겠다고 했다”며, 삼성 준법감시위 설치를 양형 사유로 고려하겠다는 것은 “비교법적인 근거도 없고, 미국에서도 준법감시위는 경영자 개인이 아닌 기업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양형 사유”라고 지적했다.

◆ “이재용 형 감경 심리만 진행... '강요죄 피해자' 프레임"

특검은 그러면서 “정 판사가 양형 사유 중 특검이 제시하는 가중사유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감경사유에 해당되지도 않는 준법감시위를 감경 근거로 양형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피고인 이재용 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재판장의 예단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공판에서 특검이 가중 양형사유로 신청한 증거 23개를 모두 기각했다. 또 ‘핵심적인 증거 8개만이라도 양형 증거로 채택하여 달라’는 특검의 이의신청도 지난 20일자로 기각했다.

특검은 또 "정 판사의 재판 진행은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과 ‘적극적 뇌물성’ 등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마디로 재판장이 위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검은 “재판장이 지난해 12월 5일자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절할 수 없는 요구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향후 정치권력자로부터 똑같은 요구를 받을 경우에 또 뇌물을 공여할 것이냐’라고 물으면서 삼성그룹 차원의 사후적인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요구했다”며 “재판장이 ‘피고인 이재용은 강요죄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 법조계 "재판부에 부담... 인용 가능성 낮을 것"

특검의 기피 신청은 재판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검찰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믈다는 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관계없이 이미 재판부에 대한 신뢰성이 흠집이 난 셈이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그러나 특검의 기피 신청 이유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은 극히 낮게 보고 있다. 법관이 사건 관계인들과 각별한 관계에 있는 등의 상황이 아니라면 '불공정하게 재판이 진행될 우려'를 소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은 기피 신청을 인용하는 자체가 사법부 신뢰에 흠집을 내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극히 보수적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인용되는 경우도 극히 드믈다. ‘2019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국 고등법원 형사사건의 법관 제척·기피·회피 신청 26건 가운데 인용은 단 1건이다. 지방법원의 경우 225건 중 인용은 단 2건에 그쳤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에 대한 판단은,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상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특검의 기피 신청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별개 문제지만, 객관적 사정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구본진 변호사(법무법인 로플렉스)도 “정 판사의 행동이 낯설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기피 신청이 인용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사법부 신뢰에 큰 흠집이 생길 텐데 법원으로서도 인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이런 큰 사건을 받는 재판부에게도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의 재판장 기피 신청으로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은 한동안 지연될 전망이다. 기피 신청이 기각되면 특검은 대법원에 다시 항고할 수 있다.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김지현 기자 jeehyu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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