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국회의원 단 1명의 반대도 없이 본회의 통과
제9조의2·제14조8 ‘독소조항’ 꼽혀... “국가핵심기술 명목, 산재 입증 사실상 차단"
"독소조항 있는지 미처 파악 못해, 반성한다... 다음 국회에서 반드시 개정할 것"

▲유재광 앵커= 오늘(24일) 국회에선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일을 본업으로 하는 국회의원들이 특정 법을 지칭해 “문제의 법을 바로잡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슈플러스’, 신새아 기자와 얘기해보겠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언급한 ‘문제의 법’이 정확히 뭔가요.

▲기자= 법률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해드렸던, 소리소문없이 국회 문턱을 넘은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입니다. 개정안은 지난해 8월 단 1명의 반대도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었습니다.

개정안은 지난 21일부터 시행됐는데 더불어민주당·정의당·민중당 소속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14명이 오늘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법안에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 조항이 숨겨져 있었다”며 해당 법을 개정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연 겁니다.

이들 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를 소홀히 했던 점을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 조항'이 뭐라는 건가요.

▲기자=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의2와 14조8입니다. 두 신설조항에 따라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입증에 가장 중요한 증거물인 작업환경보고서 등 입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인데요.

신설된 제9조의2는 '공공기관은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돼있습니다.

“‘국가핵심기술과의 관련성’ 하나만으로 모든 정보가 은폐될 수 있도록 했다, 그 ‘관련성’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도 정하지 않았다”는 게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지적입니다.

예외규정도 없어 노동자들의 자료 입수를 원천 차단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일 것이 불 보듯 뻔한 만큼 반드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주장입니다.

▲앵커= 14조8은 뭐가 문제라는 건가요.

▲기자= 신설된 제14조 8호는 '적법한 경로를 통하여 제공받은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공개하는 행위'까지 ‘산업기술 유출 행위’로 보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람의 생명·건강을 보호하겠다는 공익적 목적으로 사업장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사업주로부터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도 있게 됐다는 것이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지적인데요.

쉽게 말해 이 신설 조항으로 앞으론 내부 제보나 공익폭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니 이 조항 또한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는 것이 기자회견 참가 의원들의 말입니다.

▲앵커= 앞서 이들 의원들이 “법안에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 조항이 숨겨져 있었다”고 했는데 이렇게 문제가 있는 조항이라면 애초 국회 본회의에서 어떻게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통과한 건가요.

▲기자= 한 마디로 삼성의 작업에 당했다는 게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자기반성이자 고백입니다.

“새로 생긴 조항들이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일방적으로 했던 주장들과 내용적으로 매우 비슷하다. 이러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때 작성된 문서, 관련 회의록 곳곳에도 삼성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는 게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말입니다.

그리고 해당 법안 개정안이 통과되자 삼성은 진행 중이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소송에서 “보고서 공개 논란이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했다고 이들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 참가 의원들은 “이 법은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주도하여 만들어졌다”면서도 “하지만 법안 심사와 표결과정에서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치명적인 독소조항을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순 없다”는 자아비판도 내놨습니다.

“이 법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를 소홀히 했던 점을 반성하며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겠다. 이 법이 올바르게 다시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회견 참가자들의 말입니다.

▲앵커= 오늘 기자회견 참가 의원 14명이 누구누구인가요.

▲기자= 가나다 순으로 김종대, 김종훈, 박용진, 박정, 박홍근, 신창현, 심상정, 여영국, 우원식, 윤소하, 이정미, 이학영, 제윤경, 추혜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중단 14명의 의원입니다.

이들은 특정 기업과 관계 부처가 이 법을 악용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 절차에 대한 해법 마련도 고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이들 14명의 의원들이 4·15총선에서 살아돌아와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지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