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연이틀 걸고넘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기생충'을 “freaking movie"라고 비속어를 쓰면서 트집을 잡았다. 'freaking'은 '빌어먹을' 또는 '형편없다'는 뜻의 속어다. 'fucking'과 거의 비슷한 용도로 사용된다. 연설을 듣고 있던 청중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말을 하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콜로라도 스프링스 유세에서 한 발언보다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는 “올해 영화가 하나 있었다. 그들은 최고의 영화라고 말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온 영화를 (수상작으로) 발표했다”며 “그래서 내가 '도대체 이게 다 뭐지’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영화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나는 한국과 매우 잘 지낸다”면서 “그들은 그 영화가 최고의 외국 영화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치적 자랑으로 화제를 옮겼으나 유세 도중 '기생충'을 또다시 거론했다.

그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미국 영화가 상을 타길 바랐다면서 “아카데미 수상작은 한국에서 만든 영화다. 나는 ‘도대체 이게 다 뭐지’라고 말했다”며 전날 유세에서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또 “나는 그들(한국)과 상대한다. 그들은 나를 좋아한다. 우리는 그들을 많이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들은 무역과 관련해 우리를 죽이고 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때리고 빌어먹을(freaking) 영화로 아카데미 상을 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는 그 무역 합의를 다시 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이 미국 영화가 아닌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을 두고 한국과의 통상 문제를 거론하면서 엉뚱한 비난을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회에서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기를 즐겨온 점으로 볼 때 앞으로도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단골 메뉴로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CNN의 크리스 실리자 선임기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근본적으로 미국적이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생충 비평'이라는 분석 기사를 썼다. 그는 "유권자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소는 '우리는 미국이다, 우리가 최고다, 최고가 된 것에 대해 사과할 필요는 없다'라는 발상에 기반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비전이 미국의 건국 원칙과 상충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용광로이고, 다양성을 찬양하며, 언론의 자유와 다양한 관점을 장려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선셋 대로'를 좋은 영화로 꼽은 것에 대해서도 "두 영화의 주인공은 백인이었고, 두 영화의 감독도 백인이었다. 트럼프가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은 1940~1950년대의 미국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두 영화가 보여준 미국은 백인에게만 좋았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기생충'을 미국에 배급한 네온의 대주주인 대니얼 프리드킨이야말로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아카데미가 '간과한다'고 비판한 바로 그 미국인의 전형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기생충'의 수상으로 큰 수익이 예상되는 인물이 다름아닌 텍사스 출신의 미국인 거부라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어 그가 일본 도요타의 미국 내 판매법인을 갖고 있으며 법인 본사도 서울이나 할리우드가 아닌 휴스턴 서부지역 끝에 있다면서 "프리드킨과 '기생충'의 연결고리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글로벌한 부분조차 미국 내에 뿌리를 두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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