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의 김용균들' 40톤 컨테이너에 깔리고 끼이고... 연간 산재 사망, 걸프전 미군의 '2배'
'항만의 김용균들' 40톤 컨테이너에 깔리고 끼이고... 연간 산재 사망, 걸프전 미군의 '2배'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0.02.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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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위반 사업주들 집행유예나 벌금 '솜방방이 처벌'

[법률방송뉴스] 부산항 컨테이너 작업 중 노동자 2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법원이 부두운영사와 하청업체 대표 등 관련자들에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을 선고했습니다. 오늘(17일) ‘판결로 보는 세상’은 ‘항만 김용균들’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회사 이름은 ‘한국허치슨터미널’이라고 부산항 북항 터미널을 운영하는 부두운영사입니다. 한국허치슨터미널은 A사에 야드 트랙터 기사 용역을, 육상화물 취급은 B사에 맡겼다고 합니다.

사고는 2018년 9월 19일 오전 9시 50분 일어났습니다. 컨테이너를 싣는 야드 트랙터를 운행하던 작업자가 당시 47살 C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추돌했습니다.

C씨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30분 만에 혈관 손상으로 사망했습니다.

두 달 뒤인 2018년 11월 20일 발생한 사고는 더 끔찍했습니다.

한국허치슨터미널 소속 작업자가 크레인을 조종해 컨테이너를 선박에서 야드 트랙터로 내려놓는 작업을 하다가 크레인 제동 장치에 이상이 생겨 40톤짜리 컨테이너가 육상화물 취급 업체 소속 근로자 당시 57살 D씨를 덮쳤고 D씨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이에 관련 회사 대표와 임원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 선고가 오늘 나왔습니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부동식 부장판사는 한국허치슨터미널 대표 63살 정모씨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근로자가 압사당한 육상 화물취급업체 B사 대표 72살 윤모씨에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또 야드 트랙터 기사 용역업체 A사 실제 대표 59살 최모씨에겐 벌금 700만원을, 한국허치슨터미널 회사엔 벌금 1천 200만원을, A사와 B사엔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안전사고에 연루된 터미널사 임직원 3명에게도 각각 벌금 400만~600만원이 선고됐습니다.

"위험예방 대책을 세우고 작업계획서를 마련해 근로자에게 작업을 지시하며 해당 장소에 근로자를 출입시키지 않거나 유도자를 배치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산재를 예방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 법원의 질타입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국허치슨터미널 대표 정씨 등은 작업장 안전·보건점검 규정을 어기고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난간도 설치하는 않는 등 한마디로 노동자의 안전은 도외시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노동자 2명의 죽음, 하지만 실형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2년간 부산항에서 작업중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무려 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컨테이너 운반 야드 트랙터에 치여 숨지거나 떨어지는 수십 톤짜리 컨테이너에 깔려 압사당하는 끔찍한 죽음이 몇 개월에 한 번씩 일어나는 일상사였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15일엔 20대 검수사 청년이 컨테이너와 컨테이어에 ‘끼여’ 숨지는 참혹한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태안 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군씨 사건과 판박이 사고로, ‘항만 김용균 사고’라는 안타까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당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항만공사 등 관계 당국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나가보니 야간작업 조도가 기준치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컴컴한 곳에서 작업을 하고 안전에 대한 지휘 관리·체계 자체가 없는 등 엉망도 이런 엉망이 없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근로자가 숨진 야드 트랙터 용역업체 대표 최씨는 부산항에 독점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대가로 터미널운영사 측에 수억원을 준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중이라고 합니다.

2016년 19살 청년을 잃은 서울 ‘구의역 사고’로부터 4년, 2018년 24살 청년 ‘김용균’을 잃고 2년, 고용노동부가 밝힌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2018년 971명보다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855명이나 산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산재사망률 압도적인 1위입니다.

참고로 이라크전 당시 연 평균 미군 사망자수는 45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2배를 넘나드는 노동자들이 매년 전쟁터도 아닌 작업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직 ‘노동’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전쟁’인가 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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