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지는 '사법적폐'... 현직 부장판사 3명 전부 무죄, 법원 "검찰 공소사실 인정못해"
뒤집어지는 '사법적폐'... 현직 부장판사 3명 전부 무죄, 법원 "검찰 공소사실 인정못해"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02.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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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용 이어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무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주목

[법률방송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정운호 게이트' 영장 유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 3명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오늘(13일)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관련해서 현직 법관들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 것은 오늘이 처음인데,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무죄에 이어 현직 법관들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가 선고된 겁니다.

장한지 기자가 선고 내용과 선고가 내려진 법정 안팎 풍경을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오늘 사법행정권 남용 선고공판 피고인은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조의연·성창호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입니다.

이들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관 비리와 관련된 영장 정보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신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19기,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연수원 25기입니다.

날마다 앉던 재판장석이 아닌 난생 처음 피고인석에 앉은 신광렬 부장판사는 딱딱한 표정으로 꿈쩍도 안 하고 정면만 응시했습니다.

역시 피고인석에 앉은 조의연 부장판사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표정으로 방청석과 검찰, 재판부 쪽을 두루 둘러봤습니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줄곧 재판부 쪽만 쳐다보다가 변호인과 귓속말을 한 뒤 가볍게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습니다.

신 부장판사 등에 대한 1심 재판은 이들의 후배 법관인 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유영근 부장판사가 맡았습니다.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들을 겨냥한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영장 사건기록을 통해 검찰 수사상황과 향후 계획을 수집한 뒤 법원행정처에 보고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것이 검찰 공소장 내용입니다.

유영근 부장판사는 이같은 공소내용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며 신 부장판사 등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법원 내부의 조직적 공모가 있었다는 검찰 주장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수사 확대를 저지할 목적을 가지고 검찰을 압박할 방안을 마련해 실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구체적으로 임종헌 전 차장과 신 부장판사의 공모관계에 대해 재판부는 "형사수석부장으로서 사법행정 차원에서 법관 비위와 관련한 내용을 행정처에 보고했을 뿐, 임 전 차장의 지시로 부당한 조직 보호를 위해 수사기밀을 수집해 보고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공모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또 신 부장판사와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와의 공모관계에 대해서도 "신 부장판사가 상세한 보고를 요청하자 응한 정황은 있으나, 영장재판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누설하기로 공모한 정황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공모관계와 무관하게 신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재판 관련 일부 내용을 유출한 데 대해서도 재판부는 "유출한 수사 정보가 보호돼야 할 '공무상 비밀'로서의 가치가 없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해서 법원과 검찰 안팎에선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검찰이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한 게 검찰 발목을 스스로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그 무렵 검찰이 언론을 활용해 수사 정보를 적극 브리핑하고 비위법관에 대한 인사를 사법행정에 협조해 상세한 내용을 알려준 정황을 보면 해당 수사정보가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 판시 내용입니다.

"신광렬 부장판사가 임종헌 전 차장에게 보고한 것과 중앙지검 검사가 알려준 수사상황 등을 비교해 보면 수사정보로서의 가치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지 않다"는 것이 재판부 설명입니다. 

재판부의 무죄 선고에 신 부장판사 등은 미소를 내보이며 서로 악수를 나눴고, 재판정 밖에서 선고 결과를 기다리던 일부 판사들은 법정에 들어가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법정을 빠져나오며 신광렬 부장판사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는 짧은 소회를 남기고 법원을 떠났습니다.

조의연·성창호 두 부장판사도 후련한 듯 미소를 띠고 법원을 떠났고, 성 부장판사의 변호인은 현직 선배 판사들을 피고인으로 하는 불편한 재판이었을 텐데 소신껏 판단을 내린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서민석 변호사 / 성창호 부장판사 변호인]
"상세한 말씀은 이 사건이 확정된 후에 저희들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많이 불편한 재판이었을 텐데 충실하게 심리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리고요."

검찰은 오늘 판결에 대해 "법관들에 대해선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는 재판부의 이중잣대로 보인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법원의 판단을 신뢰하고 영장 발부 여부를 맡긴 건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관련 정보를 내부적으로 주고받은 것을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도 기존 판례와 배치돼 납득할 수 없다"고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의 격앙된 반응에도 변호인은 애초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한 거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민석 변호사 / 성창호 부장판사 변호인]
"이 사건이 사실관계 면에서 보나 법리적인 면에서 보나 무리한 기소였다는 점은 일단 1심에서 확인이 됐다고 이 정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이 사건이 유죄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무죄가 선고된 신 부장판사 등 3명의 혐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차장 등에 대한 공소사실에서도 공범관계로 포함돼 있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1호 선고였던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이어 2호 재판에서도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논란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엔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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