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강요죄에서 협박 인정되려면 발생 가능한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 있어야"

[법률방송뉴스] 대기업에 후원금을 압박해 받아내는 등 최서원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최순실 국정농단'의 '조연들'이라고 할 수 있죠. 최서원씨의 조카 장시호씨와 김종 전 문체부 차관, 광고감독 차은택씨가 그 조연들인데요.

대법원이 오늘(6일) 이들의 강요 관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습니다. '강요 무죄' 대법원 판결 사유를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장시호씨와 김종 전 차관은 최서원씨와 공모해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를 압박해 18억원 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받아낸 혐의를 받습니다.

장시호씨는 영재센터를 운영하며 문체부 공무원을 속여 국가보조금 2억 4천만원를 가로채고, 영재센터 자금 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같이 받았습니다.

김종 전 차관은 강요 혐의가 1·2심 모두에서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서원을 통해 차관의 지위를 공고히 할 목적으로 최씨의 사익 추구에 적극 협력했다. 이는 공직자로서 취할 태도가 전혀 아니며 후세에 이런 행위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질타하며 이같이 선고했습니다.

장시호씨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2심은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했습니다.

2심은 "피고인은 최서원과 공모해 영재센터를 운영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원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거액의 후원금을 받고 이를 통해 사익을 충족했다"며 1심과 같이 강요죄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하지만 오늘 장시호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김종 전 차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장씨와 김 전 차관이 받는 혐의 가운데 '강요죄'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이같이 파기환송 했습니다.

형법 324조에 규정된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먼저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라며 "강요죄에서의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표이사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김 전 차관의 요구에 부담감을 가졌다'거나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등의 주관적인 내용을 진술했다는 것만으로는 이 요구를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하기 부족하다"며 김 전 차관의 강요죄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장시호씨의 강요죄에 대해서도 "기업 대표 등에게 특정 체육단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자신들의 요구를 거절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이른바 '해악의 고지'가 없었기 때문에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이재용 형사전문 변호사 / JY법률사무소]
"협박을 해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만들거나 이런 게 이제 강요죄인데, 단순하게 표현하면 (예를 들어) '너 내가 시키는 거 안 하면 내가 너 나체영상 뿌리겠다' 그것이 전형적인 강요죄 같은 것이거든요. 그것이 협박인 것이죠, 협박. (오늘) 대법원 취지 보면 협박이 지금 구체적으로 없다, 이렇게 지금 판단하는 거 같아요."

상대와의 관계나 권한 등을 감안하면 요구를 거부했을 때 닥칠 상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순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좁게 판결한 겁니다.

[이재용 형사전문 변호사 / JY법률사무소]
"물론 막연하게는 어떤 두려움을 가질 수는 있잖아요. 시키는 것을 안 했다가 어떤 다른 불이익을 당할까봐, 이런 부분들을 협박으로 평가를 했었을 텐데 1·2심은. 그런데 대법원에서 지금 봤을 때는 이것은 구체적인 협박이 없다, 이렇게 판단을 한 것이니까..."

대법원 1부는 또 KT에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과 함께 자신의 지인을 채용하게 하고,

포스코가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를 매각하려 하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광고회사 대표를 압박해 지분을 넘겨받으려다가 미수에 그친 차은택씨의 강요 관련 혐의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습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차은택씨에 대해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을 기회로 광고회사 대표를 협박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하지만 "차은택씨가 최서원씨 등과 함께 기업에 이익 제공 등을 요구했다고 해서, 곧바로 그 요구에 불응할 경우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강요죄에 대해 무죄로 판시했습니다.

[임광훈 형사전문 변호사 / 합동법률사무소 영우]
"(요구를 할 때) 안 하면 어떻게 좋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이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안 했을 때 어떻게 하겠다거나 이런 것들에 대한 것이 해악이 정확하게 전달이 있거나 명확한 부분이 없다, 증명이 없다, 이런 식이 되지 않았을까..."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나 뇌물 요구가 성립할 수는 있어도 강요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오늘 판시입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2심의 유·무죄 판단을 수긍했고 다만, 공범인 최서원에 대한 강요죄 무죄 대법원 전원 합의체 판결 법리에 따라 강요 부분만 무죄 취지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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