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동호회원들 "도로교통법 문제 체험" 11박 12일 전국 일주
"무조건 진입금지... 막지만 말고 시범 실시라도 해보고 평가해 달라"

[법률방송뉴스] 오토바이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허용 '국회 1호 국민동의청원' 홍보와 동참을 촉구하기 위해 오토바이 애호가들이 지난 1일 부산을 출발해 전국팔도를 일주하는 11박 12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는 소식 얼마 전 전해드렸는데요. (국민동의청원 사이트 → 바로가기)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이 뭐라고 이 추운 겨울날 눈비를 맞으며 사비를 털어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일주하고 있는 오토바이 애호가들을 만나 이들의 진솔한 얘기들을 들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남양주의 한 오토바이 카페. 가죽옷과 액세서리, 배지 등으로 한껏 멋을 부린 오토바이 애호가들이 모여듭니다.

서울과 강원도를 잇는 경춘국도 중간에 자리잡고 있어서 드라이브 코스로 오토바이 애호가들 사이에선 나름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데 오토바이 번호판을 보니 부산과 울산 등 수도권이 아닌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번호판들을 달고 있습니다.

오토바이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국회 1호 국민동의청원' 동참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1일 부산에 모여 출발한 오토바이 동호회 회원들입니다.

[배성환(65) / 울산]
"많은 분들이 말은 하고 공감을 하고 있지만 10만 동의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 10만 동의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 받더라도 한목소리를 내야겠다' 해서 우리가 전국 투어 순회를 해서 각 도시마다 가서 알려야겠다..."

부산을 출발해 경남과 경북 강원도, 경기도, 서울을 거쳐 충북과 충남, 전북 전남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11박 12일간의 전국 일주 대장정.

대장정 4일차, 부산을 출발해 경남, 경북, 강원도를 거쳐서 오는 동안 각 지역 오토바이 동호회 회원들이 함께 참여해 준 것이 새삼 든든한 힘이 됐습니다.

[배성환(65) / 울산]
"우리가 경북으로 오다 보니까 경북에 있는 우리 동료들이 7~80명 더 모여가지고 우리가 모이니까 밥값을 내려고 하니까 바로 현장에서 돈을 전부 다 내서 '추운데 고생한다'고 이렇게 하고..."

팔당대교를 건너 미사리를 거쳐 서울로 들어가는 길.

그런데 동호회원들이 갑자기 오토바이를 한쪽 길에 세우고는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오토바이 진입금지 표시판'이 나타난 겁니다.

왼쪽으로 가면 자동차전용대로인 올림픽대로, 오른쪽으로 진입하면 서울-춘천고속도로, 그야말로 진퇴양난입니다.

계속 차로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있을 순 없고, 오토바이 서울길이 초행인 이들은 한참 우왕좌왕하다 올림픽대로 쪽으로 진입해 갓길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결국 112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배성환(65) / 울산]
"올림픽대로 입구에 '오토바이 가지 말라'고 전용도로 표지가 있어서 진입을 안 하려고 했는데, 표지를 봤습니다. 안 하려고 했는데 그쪽에 세울 수가 없잖아요. 오른쪽으로 가면 춘천 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가면 올림픽대로 바로 타는데..."

10여분쯤 지나 나타난 경찰관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빠져나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알려줍니다.

[경찰 관계자]
"여기서 빠지시면 돼요. 저기 가래여울 150m 방향 보이시죠. 저 방향 우측으로 빠지면..."

만일 오토바이 진입금지 표지판을 못보고 그대로 진입했더라면 자동차 운전자들의 따가운 눈총과 함께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방에서도 한두 번 겪는 일은 아니지만 오토바이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허용이 왜 그렇게 안 되는 일인지, 무엇이 그렇게 어려운 건지 새삼 은근히 부아도 나고 오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배성환(65) / 울산]
"눈이 오면 그것을(오토바이를 타고)  그런 상태로 갈 것입니다. 그리고 넘어지더라도 법을 지켜가면서 올라갑니다. 자동차전용도로 놔놓고 (일반도로로) 가라고 하니까 올라갑니다. 올라가서 부조리한 법을 실제로 우리가 몸소 알리고 하는 게 목적이 있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올라간다'고 표현을 했는데, 오늘의 주요 목적지는 '시위의 메카'라는 서울 광화문광장 입성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결국 자동차전용도로를 놔두고 일반도로로 돌고 돌아 한 시간 좀 더 걸려 중구 퇴계로를 거쳐 광화문광장에 도착했습니다.

[구호]
"이륜차! 전용도로! 전용도로! 전용도로!"

광화문 앞에 눈에 띄는 오토바이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가죽옷을 입은 초로의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현수막을 펼쳐놓고 구호를 외치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뭔가 싶어 쳐다봅니다.

하지만 자신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고 그저 취미생활을 즐기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 취미생활을 즐기는데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한 규제가 있어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뿐이라고 강조합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고 보행자 등도 신경써야 하는 일반도로보다 자동차전용도로가 훨씬 안전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정태영(58) / 울산]
"저는 전국 모터사이클 클럽 '모닝캄' 울산지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맡고 있고 현대자동차 근무하고 있습니다. 요즘 '빅바이크' 타시는 분들은 과속이라든지 신호위반 절대 안 합니다. 그래서 겨울철이나 이럴 때 (일반도로 주행은) 항상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우리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고요."

실제 오토바이도 자동차세 등 낼 건 다 내고 있는데 바퀴 2개라고 도로 이용에 있어 바퀴 4개 달린 자동차에 비해 차별을 받는 건 불합리하다는 겁니다.

60세 정년퇴임 이후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는 박영찬씨는 그러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같은 환경 문제나 기름값, 주차난 등 어떤 점을 감안해도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가 훨씬 더 낫다고 강조합니다.

[박영찬(61) / 부산]
"이것을 타고 다니니까 정신이 더 맑아지고 아마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나 그런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니까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다닐 수 있는..."

무조건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허용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일단 '시범실시'라도 해보고 정말 위험한지, 허가하면 절대 안 되는 건지 다시 판단해 달라가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호소입니다.

[배성환(65) / 울산]
"만약에 이것이 입법화돼서 고속도로를 열어주면 좋겠지만 고속도로를 안 열어주더라도 불편한 자동차전용도로라도 정부에서 열어주면 정말 우리들이 준법정신 지켜서 대열 맞춰서 조용하게 또 짧은 시간에 안전하게 속도를 맞춰서 그렇게 가야 만약 열어주더라도 우리가 자세가 안 돼 있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안전운전하고..."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일단 시범실시라도 해달라는 오토바이 애호가들의 호소에 정부와 국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오토바이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허용 '국회 1호 국민동의청원'은 오는 13일까지 계속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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