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법에 규정됐던 용어... 2004년 법 개정 ‘검찰사무 지휘감독‘으로 변경
“통일되고 균형된 검찰권 행사 의미... 상명하복 원칙과 혼동해 자꾸 논란“

왼쪽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웅 전 부장검사. /법률방송
왼쪽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웅 전 부장검사.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검사동일체 원칙은 법전에서 사라졌다. 여러분은 그것을 박차고 나가야 한다."(1월 3일 신임 검사 임관식 발언)

"(국회) 의원실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곧바로 언론에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다."(1월 5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제출 거부 이유)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발언이 잇달아 논란을 부르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4일 추 장관의 지시에 따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국회 제출을 거부한 것은 단지 논란이라는 차원을 떠나, "법무부장관이 국회법 등 현행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하겠다는 행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먼저 논란을 부른 '검사동일체' 원칙은 뭘까. 그 역사를 살펴보자.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국회 통과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하며 사표를 냈던 김웅(50·사법연수원 29기) 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새보수당 영입 소감을 말하면서 검사동일체 원칙에 대한 추 장관의 발언부터 공격했다.

추 장관은 지난 3일 신임 검사들을 상대로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아직도 검찰 조직에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며 "여러분은 그것을 박차고 나가서 국민을 위한 검찰로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말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31일 전출 검사들에게 검사동일체 원칙을 거론하며 “어느 위치 어느 임지에 가나 책상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며 “본질적인 책무에 충실해 달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 전 부장감사는 이런 추 장관의 발언을 “구단주(법무부장관)가 선수들(검사)에게 '감독(검찰총장) 말 듣지 말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며 "선수는 구단주가 아니라 팬들(국민)을 위해 뛰는 게 맞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전국의 검사들이 피라미드 조직 형태로 철저한 상명하복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조직적인 활동망을 구축해야 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공소 제기 및 유지 등을 균형있게 실시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검찰 인사이동이나 교체에 따라 수사 내용과 공판절차가 바뀌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했다.

하지만 폐단도 컸다. 이 원칙을 규정한 법에 따라 전국의 검사들은 검찰총장에 '복종'해야 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는 이 검사동일체 원칙을 이용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을 통해 검찰조직을 좌지우지했다. 검찰 수사의 신속성과 대외적 통일성, 수사권 남용을 막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효용’에도 불구하고 검찰 고위간부가 일선 검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루트로 활용된 것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악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법문에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라고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개정 전 검찰청법을 보면, 구 검찰청법 제7조(검사동일체의 원칙) 조문 ①항에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고 돼있었다.

또한 검찰총장과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과 지청장은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고(②항),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③항). 즉 상사의 명령이 부당할 경우 검사가 불응할 시에도 업무 배제가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검사동일체 원칙은 과거 검찰개혁의 최우선 대상으로 꼽혔고, 16대 국회 첫 해인 2000년 11월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여야 의원 132명이 찬성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검찰청법 7조의 삭제를 제안했다.

3년 뒤인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청법 7조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에서 '검찰 사무에 관한 지휘·감독'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명령' '복종'이라는 표현도 삭제되고,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는 문구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또한 ②항은 '상급자의 수사지휘·감독의 적법성·정당성에 대해 수사검사가 이견이 있을 때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변경됐다.

법조계에서는 일단 추 장관이 언급한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진 검사동일체 원칙' 발언은 2004년 검찰청법 개정을 가리킨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추 장관이 검사동일체 원칙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하고, 본래의 취지를 곡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사가 바뀌어도 수사와 공소 유지 등 절차가 동일한 효력으로 계속 진행된다'는 통일성·일관성을 뜻하는 측면이 큰데도 추 장관이 '상명하복' 부분만을 끄집어내 비판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검사동일체 원칙' 발언도 상명하복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책상을 바꾸는 것"이라며 검사 업무의 일관성을 강조한 말이었다는 것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페이스북에 "검사동일체란 전국적으로 통일되고 균형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정되는 것"이라며 "상명하복 원칙과 혼동하고 있기 때문에 자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구본진 변호사(법무법인 로플렉스)도 “법전에서 용어가 없어졌다고 검사동일체 원칙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용어가 수정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현행법상 검사 개개인은 관청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없다면 젊은 검사가 단독으로 국회의장을 긴급체포하거나,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검사동일체 원칙이 없다면 검사들의 권력이 무소불위하게 발현될 수 있게 되는데 그럴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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