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항공권 발권, 입국, 입국 이후 3단계 차단"... 의협 "방역외적 고려로 골든타임 놓친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초유의 '제한적 입국금지'가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입국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초유의 '제한적 입국금지'가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입국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일 "4일 0시부터 중국 후베이성 발급 여권을 소지한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14일 이내에 후베이성을 방문했던 모든 외국인의 입국도 금지된다. 또 후베이성 관할 한국 공관(우한 총영사관)에서 발급한 기존 사증(여권)의 효력도 잠정 정지된다.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시행된 적 없는 초강력 대책이다. 

하지만 의료계를 중심으로 "이미 신종 코로나가 중국 외 다른 지역까지 퍼진 상태에서 후베이성 체류·방문자에 대해서만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가 추가로 확대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대한의사협회는 3일 입장문을 내고 "후베이성은 중국 당국이 해당 지역을 봉쇄한 상태이기에 입국 제한의 실효성이 없다"면서 "방역 외적인 요인을 고려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위험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 전방위적인 감염원 차단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신종 코로나 방역 매뉴얼과 지침 등의 개정 작업을 민관 합동으로 조속히 진행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의협은 이미 지난달 26일 "우한폐렴 확산 예방을 위해 최근 중국 후베이성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금지 조치 등도 준비해야 한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후베이성을 거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 출발지 항공권 발권 단계, 입국 단계, 입국 이후 단계 등 3단계에 걸쳐 입국 제한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중수본은 “먼저 출발지 항공권 발권 단계에서 14일 이내 후베이성 방문 여부를 질문하고, 입국 단계에서 검역소가 받는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해 입국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입국 후 건강상태질문서 내용 등 외국인의 진술 내용이 허위로 확인되면 강제 퇴거 및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전용 입국장도 별도로 만든다. 중국에서 오는 모든 내외국인은 검역을 통과한 이후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게 되며,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현장에서 연락 가능 여부를 실제로 확인한다. 정부는 이런 절차를 인천공항을 비롯한 주요 공항, 항만에 최대한 신속히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4일부터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따른 제주 무사증 입국제도도 일시 중단한다. 앞으로 관광 등 단기방문 목적의 사증 신청시 건강상태 확인서를 제출받고 잠복기간 등을 고려해 충분한 심사기간을 거쳐 발급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 지방정부의 권고에 따라 주중 공관의 비자 발급은 2월 9일까지 잠정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의 입국금지라는 전례없는 조치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후베이성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치가 뒤늦었거나 무의미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한은 이미 지난달 22일 중국 정부에 의해 봉쇄돼, 4일 기준으로 14일 이내에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 한국에 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 우한 주민들 중 절반가량인 500만여명은 이미 우한을 탈출해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지도 앱 사용자의 동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60∼70%만 후베이성 내 다른 도시로 이동했고, 나머지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 중국 전역을 '위험 지역'으로 보고 여행자 제한 조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중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의 수는 하루 평균 1만2천여명에 달한다. 

정부의 조치는 다른 외국에 비해서도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최근 2주 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했다. 싱가포르도 최근 14일간 중국 본토를 방문한 외국인이 입국하거나 경유하는 것을 금지했다. 호주는 호주 시민과 거주자, 가족 등만 중국에서 호주로 입국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중수본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후베이성을 넘어 중국 전역으로의 입국금지 대상지역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우선 취해진 조치의 완벽한 시행에 방점을 두고 추진을 하겠다"고만 밝혔다. 중수본은 "만약 확대한다면 임상적인 필요성이 더 있는지가 우선적인 판단 기준이지만, 다른 여러 고려도 같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대중 관계 등 정치적 문제가 고려 대상임을 드러냈다.

중수본 부본부장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만약 오늘 0시부터 적용했다면 중국에 충분한 통지나 안내가 이뤄지지 못해 적지않은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다"며 "입국 제한은 역대 정부가 감염병에 대해서 취했던 가장 강력한 조치이며, 추가 지역을 확대할지는 질병의 진행 양상을 보면서 검토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의 밀입국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럽 등 육지를 통한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곳에서는 밀입국이 우려되지만, 우리나라는 선박이나 항공편에 대한 통제가 이뤄진다면 사실상 밀입국의 경로 자체가 워낙 철저하게 차단되기 때문에 밀입국 염려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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