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구조공단 "퇴직금 지급 면탈 목적 '퇴직금 분할약정'은 무효"

▲유재광 앵커= 월급에 퇴직금을 매달 나눠받는 형식으로 일정한 금액을 매달 받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둔다면 정말 퇴직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걸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신새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일단 사건 내용부터 좀 볼까요.

▲기자= 오산시 소재 한 전자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A씨는 2015년 4월부터 2년 1개월 정도 근무하다 2017년 5월자로 퇴사를 했습니다.

재직 당시 A씨는 연봉 얼마에 퇴직금 얼마, 이런 식으로 책정을 해서 매달 이를 급여에 나눠받았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월급 명세서에 급여 얼마 이런 식으로 기재돼 나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퇴직금을 분할해서 매달 지급한다, 이런 거는 잘 못 들어봤는데 이런 제도가 있는 모양이죠.

▲기자= 네. ‘퇴직금 분할약정’이라고 하는데요. 퇴직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시켜서 지급하는 대신 퇴직할 때 별도의 퇴직금은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대법원은 이 퇴직금 분할약정에 대해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34조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게 우리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이 경우 퇴직금 명목으로 기 지급한 금액은 회사 입장에선 ‘부당이득 반환채권’으로 판단해 근로자가 퇴직하면 퇴직금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 간단하게 말하면 매달 퇴직금 명목으로 이미 준 금액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에서 까고 남은 금액만 지급하면 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 판례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이렇게 되려면 근로기준법상 퇴직시점에 받아야 할 퇴직금보다 매월 정액 형식으로 지급된 퇴직금이 더 적어야 기존에 받은 금액을 까고 추가로 더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되네요.

▲기자=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A씨의 경우엔 그런 복잡한 계산 없이 일단 퇴직금을 한푼도 못 받았으니 퇴직금을 달라는 취지로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소송을 낸 케이스입니다.

▲앵커= 법원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일단 계산을 해보니까 A씨가 그동안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금액보다 근로기준법상 받아야 할 퇴직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심은 이에 대법원 판례를 들어 A씨와 회사가 체결한 퇴직금 분할약정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고 매달 월급에 포함돼 지급된 퇴직금은 까고 나머지 퇴직금 금액을 회사가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씨와 공단은 하지만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앵커= 2심에선 다른 결과가 나온 모양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항소심은 근로자가 회사가 산정한 퇴직금 계산 근거를 알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A씨와 회사가 체결한 퇴직금 분할약정 자체가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 입장에서 퇴직금으로 지급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명확히 구별하여 지급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2심 재판부 판단인데요.

한마디로 무늬만 퇴직금 분할약정을 체결했을 뿐 실제로는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고자 회사가 꼼수를 부렸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사측이 미리 퇴직금 일부를 매월 분할해서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없는 만큼 근로기준법상 산정된 퇴직금 전부를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 김덕현 공익법무관은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퇴직금 분할약정의 형식을 취한 경우,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이므로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청구할 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그게 뭐든 법적으로 줄 건 좀 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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