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지목 어린이집 교사 극단적 선택... 의혹 제기, 퍼나른 맘카페 회원들 '무죄'
'아동학대' 지목 어린이집 교사 극단적 선택... 의혹 제기, 퍼나른 맘카페 회원들 '무죄'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0.02.03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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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문제 맘카페 회원 관심 사안, 비방 목적 아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무죄

[법률방송뉴스] 아동학대 의심을 받은 경기도 김포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아동학대 의심 교사의 신상을 알려준 어린이집 관계자, 교사의 신상을 유포한 맘카페 회원들, 교사에 물을 뿌린 아이 가족, 법적으로는 처벌이 어떻게 될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김포의 한 어린이집 교사였던 A씨는 2018년 10월 11일 아이들을 데리고 인천드림파크 나들이를 가서 아동을 학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논란은 나들이 당일 인터넷 맘카페 회원인 27살 B씨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글을 인천지역 맘카페에 게시하고, 30살 C씨가 B씨의 글을 캡처해 퍼 나르면서 번졌습니다.

B씨는 카페 회원 10여명에게 쪽지로 해당 교사의 실명을 유포했다고도 합니다.

해당 어린이집 운영자인 D씨는 B씨의 게시글을 본 학부모가 교사의 신분 확인을 요청하자 교사의 동의 없이 실명을 알려줬다고 합니다.

이튿날인 10월 12일엔 이 어린이집에 다닌 아이의 이모 49살 E씨가 어린이집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있는 교사 A씨에게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어린이집 교사를 하느냐”는 등의 말을 하며 교사 A씨의 얼굴에 물을 뿌리는 등 폭행을 했다고 합니다.

삽시간에 아동학대 교사로 몰린 A씨는 게시글이 올라간지 이틀 뒤인, 무릎 꿇고 물뿌림을 당한 바로 다음 날인 2018년 10월 13일 새벽 2시 50분쯤 “내가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A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15만 6,000명 넘게 동참하는 등 파문이 일었습니다.

이 사건 관련해서 모두 4명이 기소됐습니다.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글을 맘까페에 올린 B씨와 이를 퍼 나른 C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A씨의 실명을 알려준 어린이집 운영자 D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무릎 꿇고 있는 A씨에게 "자식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어린이집 교사를 하냐“며 얼굴에 물을 뿌린 E씨는 폭행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적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E씨가 유일합니다.

1심인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E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고 오늘(3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교사가 숨져 처벌의사를 확인할 길은 없으나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참작했다"면서도 "다만,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의혹을 맘카페에 올린 B씨와 이를 퍼 나른 C씨에 대해선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인터넷카페 특성상 아동학대 문제는 구성원 전체의 관심 사안이고 적시한 사실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명예훼손 혐의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학부모에 실명을 알려준 어린이집 운영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교사가 개인정보 수집이나 제공 등에 일정 범위에서 동의했고, 학부모들에게 이미 실명이 공개됐던 점 등을 고려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 역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

중국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말로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 없는데, 세 사람이 거푸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이를 믿게 된다는 뜻입니다.

터무니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하면 믿어버리기 십상이니 말을 하는 쪽도 듣는 쪽도 진실과 거짓을 잘 가려서 경계해야 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말은 말 그대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말을 무겁게 여겨야 할 것 같습니다. 유명을 달리한 어린이집 교사의 명복을 빕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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