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보낸 한 철'... 강제추행 1심 실형 뮤지컬 배우 강은일, 항소심 무죄
'지옥에서 보낸 한 철'... 강제추행 1심 실형 뮤지컬 배우 강은일, 항소심 무죄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0.01.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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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피해자 진술 일관, 신빙성 있어" 징역 6개월 실형 선고 법정구속
2심 "현장검증 결과 강은일 주장에 더 신빙성"... 강제추행 혐의 '무죄'

[법률방송뉴스]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뮤지컬 배우 강은일(25)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판결이 왜 뒤집어진 걸까요. ‘앵커 브리핑’입니다.

강씨는 지난 2018년 3월 아침 6시 서울 서초구의 한 순댓국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박모씨와 박씨의 고교동창 A씨와 술자리를 가졌다고 합니다.

아침 6시부터 순댓국집에서 만나 술을 마시진 않았을 테고 밤새 술을 마신 것으로 보입니다.

강씨는 그런데 이 식당 화장실에서 A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여자화장실 칸에 들어가려던 A씨를 강씨가 ‘누나’라고 부르며 한 손으로 허리를 감싼 뒤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만지며 A씨 의사와 무관하게 키스를 한 혐의입니다.

남녀 화장실이 분리된 곳이 아니라 남자화장실 칸과 여자화장실 칸이 한 화장실 안에 따로 있는 화장실로 보입니다.

A씨는 "강씨가 여자화장실 칸에 따라 들어와 추행했고, 화장실 밖으로 나가려는 강씨를 붙잡고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다퉜다“고 진술했습니다.

강씨는 반면 “남자화장실 칸에서 나와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A씨와 마주쳤는데 갑자기 입맞춤을 하더니 ‘내가 만만하냐’고 화를 냈다. 나가려고 하자 다시 여자화장실 칸 안으로 끌어당겨 입맞춤을 하더니 이상한 말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제추행 가해자가 아닌, 거꾸로 피해자는 오히려 자신이라는 게 강씨 주장인데 A씨와 강씨의 진술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다릅니다.

우선 ‘누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갔냐’입니다.

A씨는 강씨가 자신을 따라 화장실에 들어왔다는 입장이고, 강씨는 자신이 먼저 화장실에 들어왔다 나가려고 하다 사단이 났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마지막에 어디서 다퉜냐’입니다.

A씨는 ‘세면대 앞’이라는 거고 강씨는 ‘여자화장실 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심은 강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A씨가 사건 발생 직후부터 법원에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사건 직후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볼 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2심(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 이성복 부장판사)은 하지만 오늘(30일) 사건 현장 CCTV와 현장 검증을 통해 강씨의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1심 유죄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누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갔냐와 관련해 "강씨가 화장실에 가고 A씨가 뒤따라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강씨가 화장실에서 나오려다가 A씨에 의해 붙잡혀 다시 화장실로 끌려 들어갔고, 이후 여자화장실 칸 문이 열렸다 닫히는 듯한 그림자가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A씨와 강씨가 마지막으로 다툰 장소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건 이후 화장실에 간 지인이 “두 사람이 여자화장실 칸에 있었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세면대 앞’이라는 A씨 주장이 아닌 ‘다시 여자화장실 칸으로 끌려들어갔다‘는 강씨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강씨 및 A씨 동선이 A씨 진술과 어긋나고 강씨 주장에 좀 더 부합하는 이상,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A씨 진술을 그대로 신뢰하는 것은 합리적인 신빙성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2심에서 무죄를 받긴 했지만 사실 강씨는 1심에서부터 ‘여자화장실 칸에 있었다’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보일 수도 있는 진술을 일관되게 펼쳤습니다.

하지만 A씨는 강씨 주장을 부인했고, 1심 재판부는 ‘A씨 진술이 일관되다’며 강씨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습니다.

법정구속되며 강씨는 당시 출연 중이던 뮤지컬 '정글라이프'와 출연 예정이었던 뮤지컬 '랭보', 버스크 음악극 '432hz' 등에서 모두 하차하게 됐고, 소속사와의 계약도 해지됐습니다.

당시 소속사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피해자에게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더욱 철저한 아티스트 관리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심 강제추행 유죄와 뮤지컬 판에서 축출. 뮤지컬 배우로서 사형선고를 받은, 강은일씨 입장에선 말 그대로 두 번 죽은 셈입니다.

‘지옥에서 보낸 한 철‘, 강씨가 출연하기로 했다가 출연 못한 뮤지컬 ’랭보‘, 19세기 후반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선구자이자 요절한 천재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유작 시집 제목입니다.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봐야겠지만, 무죄라면 강씨가 지옥에서 빠져나와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극복하고 훌륭한 뮤지컬 배우로 다시 성장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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