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9일 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이송하는 국민들을 수용할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찾았다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9일 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이송하는 국민들을 수용할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찾았다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 체류 중인 국민들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30일 오전 출발할 예정이던 전세기의 운항이 돌연 연기됐다.

또 우한에서 이송한 국민들의 격리수용지가 당초 충남 천안시에서 변경된 충북 진천군과 충남 아산시 주민들은 정부 결정에 반발해 예정 수용지 진입로를 봉쇄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재외국민 보호 늑장 대처, 격리수용지 변경 등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과 주민과의 소통 부족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우한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이날 오전 1시(현지시간)쯤 교민들에게 긴급 공지를 보내 "오늘 15시와 17시 임시 비행편에 탑승하기로 했던 분들이 오늘 오전 10시 45분까지 우한공항 톨게이트로 집결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한다"며 "오전 중에 재공지할 예정으로 일단 대기해 달라"고 밝혔다.

전세기 운항 계획 변경은 중국 정부가 한국의 전세기 운항에 대한 허가를 지연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임시항공편 일정에 변경이 생겨 주우한 총영사관에서 탑승 예정이던 우리 국민들에게 긴급 공지를 했다"며 "변경된 스케줄에 따라 우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이 최대한 조속히 귀국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당초 예정됐던 시간보다는 늦어지겠지만 오늘 전세기가 출발하는 것은 확실하다"며 "오늘 밤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전세기 편수가 2대에서 1대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당초 전세기는 이날 오전 10시와 정오에 인천공항에서 각 1대씩 2대가 우한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 측은 한국 정부의 비행 일정을 허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날 오후 8시 전세기 1편 운항만을 잠정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전날 우한폐렴 무증상자 간에도 접촉을 통한 전염을 막기 위해 비행기 좌석에서 간격을 두고 앉는 방식으로 30일과 31일 4차례 전세기를 보내 국민 720명을 귀국시키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세기 운항 일정도 변경됨에 따라 1대에 모두 수송해 귀국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또 유증상자도 함께 이송하겠다고 밝혔다가 무증상자를 우선 이송하기로 결정했다고 번복했다. 우한폐렴의 세계적 확산에 부담을 느끼는 중국이 자국 법령을 내세워 검역을 대폭 강화해 정부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교민들이 거주하는 중국의 법령을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해당 법령은 다른 나라 국민의 이송 과정에서도 적용돼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 차관은 전날 우한 이송 국민 격리수용 반대 집회가 열린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김 차관은 진천군을 찾아 "여러분의 우려가 기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득에 나섰으나 주민들은 물병과 젓가락 등을 던지며 반발했고, 일부 주민은 김 차관의 옷과 머리채를 잡아당기기도 했다. 

소동은 10여분 간 이어지다 경찰이 나선 뒤에야 끝났다. 김 차관은 경호를 받으며  현장을 빠져나갔다. 진천 주민들은 인재개발원 앞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우한 교민 진천군 수용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부는 우한 교민 격리수용 지역을 충남 천안시로 계획했다가 천안 주민들의 반발 기류가 거세지자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분산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진천, 아산 주민들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수용 예정지 도로를 트랙터와 트럭, 승용차로 막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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