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허위로 해당 민원 낸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워... 배상책임 없어"

[법률방송뉴스] 빌라 윗집 사는 사람이 우리 집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을 시청에 제기해 환경 공무원 방문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받은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집에선 악취가 안 나는데 윗집 사는 사람이 허위신고를 한 거라고 생각해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 위자료 3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판결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서대문구의 지하 1층 지상 4층 빌라 302호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2018년 5월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같은 빌라 201호에서 5년 전부터 심한 생활 악취가 나니 그 원인을 알아봐 달라"는 민원이었습니다.

서대문구청 환경담당 공무원들은 바로 다음 날 201호에 사는 정모씨의 집을 방문해 악취 발생을 최소화해달라는 행정지도를 했습니다.

정씨 부부는 이에 민원을 제기한 박씨를 상대로 위자료 300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냈습니다.

"우리 집에서 악취가 안 나는데도 심한 악취가 난다는 허위 민원 불법행위를 저질러 공무원으로부터 방문조사를 받게 하는 등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는 게 정씨 부부의 주장이었습니다.

1·2심 재판부는 하지만 정씨 부부의 주장을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민원이 허위의 사실에 관한 것이거나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1·2심 재판부는 고소·고발로 기소된 사람에 대해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고 해서 고소·고발인에게 바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고소·고발 등에 의해 기소된 사람에 대한 무죄의 판결이 확정됐다고 해서 그 무죄라는 형사판결 결과만으로 고소인 등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바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다만 "고소·고발 등을 함에 있어 피고소인 등에게 범죄 혐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한 경우 그 고소인 등은 고소·고발로 인해 피고소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라고 고의나 과실이 있는 경우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박씨의 경우 아랫집 사는 정씨네 집에서 실제 악취가 난다고 생각해 신고를 한 만큼 허위신고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1·2심 판결 취지입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도 오늘(28일) "정씨 측의 상고가 법령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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