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실제 대표인 회사에서 병역특례
법원 "병무청의 복무 만료 취소 처분 정당"

[법률방송뉴스] 아버지가 법인 등기부등본상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실제 대표인 회사에서 대체복무를 했다면 다시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37살 유모씨는 2013년 3월부터 2016년 2월까지 3년간 전문 연구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는 것으로 의무복무기간을 마쳤다고 합니다.

유씨는 원래 대체복무를 하던 곳에서 다른 연구소로 전직을 신청했고 병무청 허가를 받아 2014년 12월부터 복무를 마칠 때가지 14개월 남짓 동안은 옮긴 연구소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2018년 경찰이 유씨가 근무했던 회사의 보안프로그램 납품 비리와 관련한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해당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가 유씨의 아버지라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3년의 군 대체복무 기간의 거의 절반가량을 ‘아버지 회사’에서 복무한 겁니다.

경찰에서 이런 내용을 전달받은 병무청은 조사를 거쳐 유씨가 병역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유씨의 복무 만료 처분을 취소하고 2018년 12월 현역병으로 입영하라고 통지했습니다.

병역법 제38조의 2는 병역 특례 지정업체 대표이사의 4촌 이내 혈족의 경우엔 해당 업체에서 전문 연구원으로 편입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씨는 하지만 병무청 처분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입영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병무청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병역법상 ‘대표이사’는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질적 대표이사’는 병역법에서 정하는 대표이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유씨의 주장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박성규 부장판사는 하지만 오늘(28일) 유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사기업은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로 등재가 안 돼 있지만 사기업을 실제 경영하는 자가 다수 있는 실정이다. 법인등기부상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병역법 규정을 적용하지 못한다면 그 목적이 유명무실해질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취지와 목적 등을 살펴보면 병역법 제38조의 2에서의 대표이사는 법인등기부상 형식적 대표이사만이 아니라 실질적 대표이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병역의무는 국가 수호를 위해 전 국민에 부과된 헌법상의 의무로 전문 연구요원 제도는 대체복무에 대한 특례적 성격이 강하다. 개인이나 기관 운영자의 사적 이익을 위해 복무가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도록 엄격히 관리할 공익적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군대 다녀온 남성들이 농반 진반으로 얘기하는 가장 큰 악몽이 ‘군대 다시 가는 꿈’이라고들 하는데, 일단 유씨는 재판 진행 도중 만 36세를 넘겨 현역 입영 대상자는 아니고 사회복무요원 대상자로 편입됐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판결이 확정되면 군대를 두 번 가는 ‘악몽’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드러나지 않은 이른바 ‘아빠 찬스’ 이용자들이 사회 곳곳에 얼마나 더 될까요. 씁쓸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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