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 2월 국회 개정 촉구... "계약갱신 청구권 보장, 전월세 상한제 도입"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세입자 보호를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세입자 보호를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 "설입니다. 명절이 세입자에게는 반갑지 않습니다. 세입자들은 설 지나면 또 집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에 많이들 놓입니다. 2년마다 이사 다니는 거, 30년이면 15번입니다. 심지어 1년마다 이사 다니는 사람도 많습니다. 왜 이렇게 계속 옮겨다니며 불안에 떨어야 합니까."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20번 이상 이사를 다녀야 했다는 최창우씨가 울분을 토해냈다.

설 연휴에도 '집 걱정'에 연휴가 연휴가 아닌 사람들이 있다. 전세기간 만료로 이사를 앞둔 세입자들이다. 전월세 세입자들은 2년마다 '어디로 이사해야 하나'를 걱정하며 심각한 불안을 겪고 있다.

임대차기간은 법적으로 2년이다. 임대차기간이 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지난 1981년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 보장'을 제1조 '목적'으로 해서 제정됐다.

제정 당시 1년이었던 임대차 보호 기간은 1989년 보호 기간이 2년으로 개정된 뒤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 보호 기간을 최소 2차례, 4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주장이었다.

최씨는 "세입자들은 실제로는 난민이나 다름없다"며 "주거권은 주거를 법적으로 안정되게 보장하는 것이다. 왜 머물 수 없게 하는 건가,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 보장이라는 제정 목적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방 빼!" 한 마디면 2년마다 쫓겨나야 하는 법을 개정해서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요구다.

 

# "얼마 전 신년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어떻게 대출받아 집을 살 것인가'가 화제가 됐습니다. 저는 그 자리가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반복적으로 집에 무단침입하는 임대인에게 재계약 때 쫓겨날까봐 별다른 항의도 못하고 참고 사는 현실 등 세입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 이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이사 걱정 없이 사는 것입니다."

대학원에서 임금정책을 공부하기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정용찬씨의 말이다.

세입자들의 또 다른 고민은 치솟는 전월세 가격이다. 세입자들은 2년 단위로 재계약하며 한 집에 오래 거주하고 싶지만 임대인이 이전보다 높은 전세가를 요구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사를 해야 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째주 기준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은 0.23%, 셋째주 0.18%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해 11월 전국 전셋값 상승폭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자고 나면 오른다"고 말이 나온다.

정용찬씨는 "전세 계약한 지 2년이 다가오면 집주인에게서 오는  전화가 두려워진다. 왜 이렇게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에 화살을 돌렸다. "주거정책 관련 법령을 결정하는 국회나 정부 관계자 절대다수가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이고, 이들은 세입자들의 처지보다는 세금이나 부동산 경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씨는 "우리사회는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집이 없어도 어찌됐든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세입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입자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라는 것이다. 주거권네트워크, 민달팽이유니온, 참여연대 등 10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임대 계약이 끝난 이후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리다. 계약갱신 청구권이 세입자에게 1회 보장되면 법의 보호를 받는 최대 거주기간은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독일의 경우 주거안정화 정책으로 계약갱신 기간에 원칙적으로 제한을 두지 않는다. 세입자가 원하면 이사 가지 않고 얼마든지 살 수 있다"며 "계약갱신 청구권을 '재산권 침해'라며 무조건 백안시할 것이 아니라, 제도 도입과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독일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은 13년인데, 한국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은 3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전월세 상한제는 전월세 상승률에 제한을 두는 것이 골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이 내용을 포함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지만 여야 정쟁에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홍은하 천주교 빈민사목위원회 사무국장은 "집값이 비현실적으로 상승하면서 덩달아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궁지로 내몰리고 있는데 국회는 법 개정에 입도 뻥끗 안 하고 있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계약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포함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기원하는 제사 퍼포먼스를 벌였다.

축문에서 이들은 "부디 이제부터라도 치솟는 전월세에 거리로 내쫓기며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없는 희망의 세상이 열릴 수 있도록 두루 살펴달라"고 발원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설을 앞둔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치솟는 전월세에 거리로 내쫓기는 후손들 없는 세상 되도록 조상님들께서 살펴달라"는 제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설을 앞둔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치솟는 전월세에 거리로 내쫓기는 후손들 없는 세상 되도록 조상님들께서 살펴달라"는 제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 현장영상: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촉구 제사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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