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무단횡단하다 오토바이 사고 중상... 보행자와 운전자, 누가 진짜 '피해자'인가
밤길 무단횡단하다 오토바이 사고 중상... 보행자와 운전자, 누가 진짜 '피해자'인가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0.01.22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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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할 수 없는 사고"... 대법원,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치상 혐의 '무죄' 확정

[법률방송뉴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밤에 가로등이 켜진 주택가 밀집지역 도로에서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치어 무려 전치 18주의 중상을 입혔습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처벌 대상일까요, 아닐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지난 2018년 3월 24일 밤 9시20분쯤 경기 용인시의 한 도로에서 배달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19살 김모씨가 60살 A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이 사고로 A씨는 전치 18주의 중상을 입었고, 오토바이 운전자 김씨도 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충돌 시점까지도 달리던 속도를 전혀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쳐 둘 다 크게 다친 겁니다.

당시 A씨는 술에 취해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를 당했는데, 일단 해당 도로는 직선구간이고 양쪽에 가로등이 있어 완전히 어두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재판에서 야간에 술에 취한 사람이 무단횡단을 할 것까지 예상하긴 어려워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1심은 하지만 김씨 주장을 기각하고 김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전방 시야를 가릴 만한 장해 요소가 없는 점, 주택 밀집지역이라 보행자가 다수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주의 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2심은 하지만 1심 판결을 깨고 김씨 손을 들어줘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가로등이 있었지만 그래도 주변이 상당히 어두웠던 점, 맞은편에 정차한 버스에 무단횡단을 하던 A씨가 순간적으로 가려진 점, 버스가 출발한 뒤 A씨가 갑자기 속도를 높여 무단횡단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에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어두운 밤에 근처에 있는 횡단보도를 두고 빠른 속도로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것까지 예상하면서 운전할 것을 기대하긴 어려워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볼 수 없는 만큼 무죄라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대법원(3부 주심 조희대 대법관)도 오늘(22일)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잘못이 없다”며 2심 무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오토바이에 대해선 위험하다는 선입견과 함께 사고만 났다 하면 일단 ‘오토바이 때문’이라는 식으로 탓을 하는 시선, 일종의 편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꼭 다 그런 건 분명히 아닐 겁니다. 이번 사건만 봐도 다친 보행자 사정이야 물론 안타깝지만, 어떤 면에서 이번 사고의 피해자는 전치 12주 몸 다치고 재판에 넘겨져 전과자 될까봐 마음고생 했을 10대 오토바이 운전자 아닌가 합니다.

선입견과 편견은 이처럼 많은 경우 진실을 가리는 불투명 유리처럼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법률방송에서 지속적으로 보도해드리고 있는 오토바이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허용 국회 '국민동의청원'도 그런 선입견과 편견을 걷어내고 보면 또 달리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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