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명시적 채용 지시 안 했어도 위법 가담한 책임 무겁다"
검찰 "외부청탁자, 전직 은행 임원 자녀 등 154명 채용 부정"
조 회장 "마음 무겁다... 채용제도 미흡한 점이 있다면 개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서울동부지법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서울동부지법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신한은행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63)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22일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시 특정 입사지원자의 지원 사실과 인적 관계를 인사부에 알려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회장이 기소된 지 1년 3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판단이다. 

조 회장 등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7명은 지난 2013~2016년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 지난 2018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런 채용 비리로 외부청탁자 17명, 은행장 또는 전직 최고임원 청탁자 11명, 신한은행 부서장 이상 자녀 14명, 성차별 채용 101명, 기타 11명 등 총 154명의 서류전형과 면접점수가 조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결심공판에서 조 회장에 대해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인사부에 해당 지원자를 합격시키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안 했다 하더라도 최고책임자인 피고인이 지원 사실을 알린 행위 자체만으로도 인사부의 채용업무 적절성을 해치기에 충분하다"며 "이같은 위법을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가담한 점은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원 사실을 알린 지원자로 인해 다른 지원자가 피해를 보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여성에게 불리한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조사된 증거만으로는 채용에서 남녀를 차별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윤승욱(61) 전 신한은행 인사·채용 담당 그룹장 겸 부행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직 인사부장 2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 채용팀 직원 2명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증거인멸 혐의 등을 받은 인사부 개인정보보호 담당 직원은 무죄가 선고됐다. 범죄행위자와 법인을 같이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신한은행은 무죄가 선고됐다.

조 회장은 선고 후 취재진에게 "동고동락했던 후배 직원들이 아픔을 겪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항소를 통해 다시 한번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채용 관련) 여러가지 제도 개선도 하고 고칠 것은 고쳤는데 미흡한 점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조 회장은 두번째 3년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회장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난달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선정되면서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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