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구조책임자 "살아있을 가능성 얼마든지 있다"
산악인들 "질식, 저체온증이 문제... 냉철하게 봐야"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산사태로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의 구조와 수색 작업이 21일로 닷새째가 됐다. 사진은 헬기에서 바라본 사고 현장. 파란색 선은 길, 붉은색 화살표는 눈사태를 표시한다. /연합뉴스=엄홍길휴먼재단 제공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산사태로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의 구조와 수색 작업이 21일로 닷새째가 됐다. 사진은 헬기에서 바라본 사고 현장. 파란색 선은 길, 붉은색 화살표는 눈사태를 표시한다. /연합뉴스=엄홍길휴먼재단 제공

[법률방송뉴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눈사태로 실종된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과 현지인 2명에 대한 구조와 수색 작업이 21일로 5일째 진행됐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종자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 희망은 없는 것일까.

현지 구조지원 총책임자인 댄 바하두르 카르키 경찰서장은 20일 오후 안나푸르나 인근 포카라에 마련된 한국 현장지휘본부에서 "탐지장비를 동원해 현장을 수색한 결과 2곳에서 신호가 감지돼 빨간색 표지를 남겼다"고 수색 상황을 발표했다.

카르키 서장은 그러면서 실종된 교사들의 생존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실종자의 생존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면서도 "살아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생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팔군 구조특수부대 요원들은 21일 오전 안나푸르나 인근 포카라 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사고지점으로 출발해 임시로 만든 착륙장에 내려 수색에 들어갔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도 KT의 드론 장비를 동원, 수색 지원에 나섰다. 수색 작업은 19일과 20일 연속으로 오후 들어 날씨가 나빠지고 추가 눈사태가 발생하면서 중단됐었다.

산악전문가들은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사고가 발생하고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들은 "시간 싸움"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째인 만큼 신속한 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988년 에베레스트를 단독 등정하기도 한 산악인 남선우(66)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 원장은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실종자가 눈사태에 휩쓸렸을 때 숨쉴 수 있는 공간이 확보가 됐다면 '에어 포켓'이 생기면서 눈 속에서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보통 눈사태가 날 때 안면으로 손을 가져가라고 한다. 얼굴에서부터 손으로 눈을 파헤쳐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걸 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공간을 많이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20시간을 채 넘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또 "일반적으로 눈사태에 매몰된 사람은 움직이거나 숨을 쉴 수 없어 질식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저체온증과 질식의 위험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남 원장은 "눈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어디로 튕겨져 나갔다면 그런 경우에는 좀 더 버틸수 있는 시간이 있겠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산악구조협회 관계자는 "생존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할 것"이라며 "설령 눈 속에서 산소를 공급 받는다고 해도 사람이 5일 동안 눈이 오는 추위 속에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카르키 서장의 '생존 가능성' 발언에 대해 "구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희박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눈을 퍼내서 구조하는 수밖에 없다. 장비를 사용하면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눈삽 등으로 눈을 조심스럽게 퍼내야 해 구조 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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