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 영장재판 기밀누출 혐의... 검찰, 신광렬 징역 3년 조의연·성창호 징역 1년 구형
사법농단 사태 3년 만에 재판 본격화... 첫 선고 유해용 '무죄', 양승태·임종헌 재판은 지지부진

왼쪽부터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법률방송
왼쪽부터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양승태 사법부 당시 '정운호 게이트' 관련 검찰의 수사 상황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현직 법관 3명이 피고인석에 섰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광렬(55·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조의연(54·25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성창호(48·25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결심 공판.

이들은 지난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당시 최유정 변호사와 김수천 부장판사 등 전현직 법관들이 연루된 사건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자장의 지시로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알게 된 검찰의 수사 상황과 계획 등을 빼돌려 보고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신 부장판사는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였다.

3명의 부장판사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린 것은 검찰이 지난해 3월 이들을 불구속 기소한 지 11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신광렬 부장판사에게 징역 2년, 조의연 부장판사와 성창호 부장판사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수사 정보를 취득한 것을 계기로 헌법이 부여한 역할을 사법부를 위해 사용했다. 수사 기밀을 몰래 빼돌린 행위로 수사나 영장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려워졌다"며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죄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책임 운운하며 반성하는 모습이 없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어 "범행의 동기·수단이 불량하고 결과도 중하다"며 "엄중한 단죄를 통해 더는 사법권이 마음대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하고, 법관 독립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직 법관으로 법대가 아닌 피고인석에 앉아 1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온 3명의 부장판사는 최후진술을 통해서 심경을 밝혔다. 이들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영장심사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것은 사법부 내 보고 업무일 뿐 기밀 누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광렬 부장판사는 최후진술에서 "현직 법관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받는 데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당사자들의 억울한 사정을 살피고 정의를 세우는 데 노력한 조의연, 성창호 판사까지 조사를 받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관 비위 사항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것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 확보를 위한 것으로, 사법행정 담당자로서 해야 할 업무를 한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법원의 업무 수행에 대해 이번 사건처럼 수사하고 기소하면, 법원만이 아니라 어떤 행정조직도 앞으로 예기치 못한 처벌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의연 부장판사도 "기소됐을 때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넘어 이게 과연 적정한 검찰권 행사인지 심히 의문이 들었다. 금품수수와 같은 개인비리도 아닌데, 마치 영장심사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취급받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과 10개월 전까지 (서울중앙지법) 502호 법정에서 형사재판을 한 탓인지, 지금도 피고인석의 제 모습이 낯설다"고 토로했다.

조 부장판사는 "검찰 공소장에서 저는 묵묵히 재판 업무를 하는 보통 판사가 아니라, 부당한 목적으로 양심을 저버린 부도덕한 사람이 돼 법관으로서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했다"며 "진실은 길을 잃지 않는다는 말처럼 제 천직이고 일터인 이 법정에서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20년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한 인간으로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당혹스럽고 참담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저를 포함한 영장전담 판사들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한 것이 아니라 재판을 빙자해 범죄를 도모했고, 부정한 목적으로 결론마저 조작했다는 게 된다"며 "개인으로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이지만, 나아가 법관과 재판을 이토록 왜곡해서 공격할 수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검사가 이런 논리로 법관을 함부로 기소하면, 법관은 혹시라도 나중에 범죄행위를 추궁당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재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3명의 현직 부장판사에 대한 선고공판은 2월 13일 열린다.

한편 지난 2017년 3월 촉발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만 3년 만인 지난 13일 처음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고 법원 내부 문건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지난 13일 1심 선고공판에서 "검사의 증거만으로 유죄로 인정할 수 없고, 범의 역시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농단 사태 이후 최초로 구속 기소됐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재판은 임 전 차장이 지난해 6월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 대법원에 계류되면서 7개월 가까이 공전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47개 혐의로 기소됐다. 증인만 230여명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폐암 의심 진단으로 수술을 받고 2월말로 재판이 연기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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