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신청 인용률 1% 미만... 법원 "제도 운영 내실 위한 것, 검찰 힘빼기 무관"

[법률방송뉴스] 서울고등법원이 모레(22일) 판사회의를 열어 재정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 신설을 논의합니다.

재정사건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소·고발인 등 당사자들이 법원에 직접 공소제기를 신청하는 제도로 검찰 기소권 독점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강력한 견제 장치입니다.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이 화두이고 때가 때여서 법원도 검찰 기소권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오는데, 장한지 기자가 법원과 검찰 입장 등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고등법원이 재정신청 사건을 담당하는 전담 재판부 신설을 추진합니다.

서울고등법원 관계자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모레 열릴 전체 판사회의에서 재정전담부 신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오늘(20일) 밝혔습니다.

재정사건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한 고소·고발인이 법원에 직접 공소 제기를 신청하는 제도입니다.

'불기소'라는 방식의 검찰 기소권 독점 부작용을 견제한다는 취지로  특정 범죄에 한해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지난 1954년 도입됐고, 2007년 모든 범죄로 대상을 넓혀 시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고법의 경우 재정신청 사건은 10개 행정부와 1개 민사항고부가 나눠서 심리하고 있는데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인용률이 낮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실제 2019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재정신청 18만 2천 854건 중 공소가 결정된 건 1천 520건으로 불과 0.83%만 인용됐습니다.

특히 2018년 전국 고법에 접수된 재정신청은 2만 건이 넘지만 인용 건수는 115건으로 인용률은 단 0.52%에 그쳤습니다.

재정신청 200건이 제기되면 그중 단 한 건에 대해서만 인용 결정이 났다는 얘기입니다.

유명무실한 재정신청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과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이유입니다.

관련해서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법원에 지속적으로 재정전담부 신설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해 왔습니다.

현재 여러 부에서 나눠 맡고 있는 재정사건을 한 부에서 전담하게 되면 좀 더 집중적으로 심리해 처리할 수 있는 등 재정신청 제도 본연의 취지를 좀 더 충실히 구현할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입니다.

[김현 /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검사가 불기소했을 때 억울한 고소·고발인을 구제하기 위해서 재정신청을 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재정전담부가 있으면 고소·고발인의 사정을 헤아려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재정신청을 받아줄 것 같습니다."

일각에선 하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등을 겪은 법원이 검찰개혁 국면에서 '검찰 힘 빼기'의 하나로 재정전담부 신설을 들고나온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합니다.

[구본진 검찰출신 변호사 / 법무법인 로플렉스]
"아무래도 전담 재판부를 만들면 조금 더 재정신청 인용률이 높아지긴 하겠죠. 열심히 들여다보면 그러긴 할 것인데 의도가 뭔지는 걱정이 되죠. 의도가 만일 정권 차원에서 검찰의 힘을 빼기 위해서 법원에 그것을 요구한 것이라면 문제겠죠."

서울고법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국회에서 재정전담부 신설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법원에 전달해 왔고, 지난해 여름 김창보 서울고등법원장에게 보고가 돼 계속 논의가 돼왔던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재정신청 제도 내실화 차원이지 검찰 견제나 힘 빼기와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설명입니다.

실제 김창보 서울고법원장은 지난해 법원 업무보고에서 최소 1개에서 2개 이상 재정신청 전담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김명수 대법원장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김창보 서울고법원장이 재정전담부 신설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일선 판사들도 재정신청 전담부 신설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 모레 판사회의에서 의결이 나면 다음 달 법관 인사에 맞춰 재정신청 전담부 신설이 함께 진행될 것이라는 게 법원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대검 관계자는 "지금 하고 있는 재정신청을 전담부가 맡아서 충실한 심리를 하려 하는 것일 텐데 법원 행정상의 문제여서 대검이 찬성한다, 반대한다, 이런 것을 얘기하는 것은 안 맞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도 '시기가 너무 공교롭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지난해 3월 수원고법 출범과 서울고법 인천 원외재판부 설치로 수도권 2심 재판이 분산되면서 인력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돼 재정신청 전담부 신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법원은 서울고법의 전담부 설치에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고 관여한 바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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