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중 갑자기 '뇌전증 발작' 반대편 인도로 돌진 보행자 덮쳐... 법적책임 어떻게 될까
운전중 갑자기 '뇌전증 발작' 반대편 인도로 돌진 보행자 덮쳐... 법적책임 어떻게 될까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01.20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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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없어...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중앙선 침범 12대 중과실 처벌 못해"

▲유재광 앵커= 운전하다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중앙선을 침범해 사람을 치어 크게 다치게 했습니다.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으로 처벌을 받을까요, 어떨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신새아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사고 내용부터 좀 볼까요.

▲기자= 네, 지난 2017년 9월 당시 63살 김모씨가 오전 8시 30분경에 자신의 SM3 승용차를 운전해서 딸을 출근시키고 집으로 돌아가다 일어난 사고입니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편도 1차로 내리막 도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보도에서 걸어가던 피해자 A씨를 그대로 들이받은 사고를 낸 겁니다.

이 사고로 피해자 A씨는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었고, 김씨는 중앙선과 보도 침범 등에 따른 교통사고 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앵커=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가 안 가는 사고네요.

▲기자= 일단 음주운전 등은 아니고, 예전에 ‘간질’로 불렸던 ‘뇌전증 발작’으로 인한 사고였습니다.

뇌전증은 만성적 신경 장애의 한 종류로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순간 몸에 대한 통제력도, 기억도 잃고 중앙선을 넘어가 반대편 인도의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히는 사고를 낸 겁니다.

이에 검찰은 벌금 500만원에 김씨를 약식기소했고, 법원도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김씨는 '평범한 가정주부에게 500만원은 너무 큰 금액'이라며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공단이 법원에 정식재판을 요청하면서 사건은 정식재판에 회부됐습니다.

▲앵커= 재판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기자= 김씨를 대리한 공단 강상용 변호사는 김씨가 사고 직후 뇌전증 진단을 받은 점을 들어 김씨가 갑자기 발생한 뇌전증 발작으로 인지능력과 신체조작능력을 잃은 상태로 사고가 일어난 점을 강조했습니다.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으로 처벌을 하려면 사고 운전자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고의로 사고를 내고 싶어 낸 것도 아니고, 과실도 아닌 만큼 무죄라는 취지로 주장을 한 겁니다.

이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강 변호사는 사고 당시 최초 출동한 119 구급대원을 증인으로 불러 김씨가 차량 안에서 기절해 있었다는 증언을 이끌어내는 한편, 차가 아닌 사람을 친 교통사고여서 김씨가 기절할 정도의 충격은 없었는데 기절해 있었다는 것은 이미 사고 전에 의식을 잃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련한 뇌전증 발작에 관한 논문 등도 재판부에 제출해 재판부 이해를 도우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1심은 공단 주장을 기각하고 약식명령과 같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고 김씨 측은 다시 항소를 했습니다.

▲앵커= 주장할 건 다 주장한 것 같은데 항소심은 어떻게 됐나요.

▲기자= 네, 항소심에서 공단은 1심 주장을 더 상세하게 펼치며 도로교통법이나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관련 법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먼저 사실관계 자체에 대해선 사고 장소가 오른쪽으로 구부러진 내리막길 도로인데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인도의 행인을 치는 동안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오른쪽으로 조정하려 한 흔적이 전혀 없는 점 등을 집중 부각했습니다.

즉, 중앙선을 침범하기 전에 이미 의식을 상실한 것을 객관적인 자료나 정황 등을 가지고 입증을 한 겁니다.

그리고 이 전제 위에 도로교통법상 ‘중앙선 침범’은 운전자가 지배할 수 없는 외부적 요건으로 부득이하게 중앙선을 침범한 것으로 이는 통상 도로교통법에서 말하는 ‘중앙선 침범’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인도 침범’도 같은 취지로 항변했습니다.

따라서 중앙선 침범이 아닌 만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12대 중과실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기소한 검찰과 이를 선고한 1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강하게 주장을 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공단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깨고 김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소송을 대리한 강상용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인명피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자의 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을 소홀히 한 탓에 억울하게 전과자가 될 뻔한 경우를 막았다“고 해당 재판의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앵커= 네, 그냥 일반인 눈으로 보기에도 공단 주장과 항소심 판결이 상식에 부합한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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