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련 규정, 불교 군종장교는 조계종으로만 한정... 인권위 "평등권 침해"
법원 "현재는 부득이하게 강제전역 처분 정당하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어"

[법률방송뉴스] 군에서 장병들의 종교생활을 돕는 특수 보직으로 ‘군종장교’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일요일 부대를 잠시 벗어나 ‘민간 공기’를 쐬기 위해 절이나 교회, 성당을 다녀오신 기억들이 있으실 텐데요.

불교 군종장교가 결혼을 하면서 태고종 승적을 취득하고 조계종 승적은 박탈당했다면, 이 군종장교에 대한 강제전역 처분은 적법한 걸까요. 어떨까요. ‘앵커 브리핑’입니다.

조계종 승려 신분으로 2001년 공군의 불교 군종장교가 된 박모씨는 2011년 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성과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태고종 승적을 취득했다고 합니다.

태고종은 승려의 결혼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조계종은 원칙적으로 승려의 결혼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다만 조계종의 헌법이랄 수 있는 종헌(宗憲)은 군종장교로 복무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혼인을 허용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2009년 3월 종헌 개정을 통해 해당 조항은 삭제됐습니다.

박씨는 종헌 개정 전인 2007년 12월부터 지금의 배우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합니다.

종헌 개정 전에 혼인신고를 했다면 조계종으로부터 결혼을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조계종은 종헌이 바뀐 뒤 혼인신고를 한 박씨에 대해 바뀐 종헌에 따라 2015년 4월 박씨가 종헌을 위반해 혼인했다는 이유로 조계종 승적에서 박씨를 제적했습니다.

공군본부는 이에 조계종 승적을 박탈당한 박씨에 대해 “태고종 전종(轉宗) 등 신의 없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정했고, 국방부는 2017년 7월 현역복무 부적합 전역처분을 내리며 박씨를 강제전역 시켰습니다.

군에선 현재 군법당 주지 등 불교 군종장교는 조계종 승려에 한해 인정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강제전역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습니다.

재판에서 박씨는 2008년 8월부터 1년간 미국연수를 간 사이에 군종장교의 결혼을 허용했던 조계종 종헌이 불허로 바뀌었는데 이런 내용을 국방부나 공군으로부터 통지받지 못한 점 등을 들어 강제전역 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하지만 박씨의 주장을 기각하고 박씨의 조계종 승적이 박탈된 점을 들어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종헌을 위반해 종교지도자의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을 해서 군종장교로서 업무수행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박씨는 이에 조계종만 군종장교 임무 수행이 가능하고 태고종이라고 임무 수행이 어렵다는 판단은 위법하다며 항소하는 한편, 군종장교를 조계종 종단에 한정해 운영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했습니다.

항소심도 그러나 박씨의 주장을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l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향후 태고종 승려도 군종장교가 돼 종교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나 현재는 부득이 이같은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시입니다.

군 관련 규정상 태고종인 박씨의 군종장교 지위를 인정할 순 없지만, 박씨가 낸 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2018년 12월 '다른 종단을 관행적으로 배제한 채 조계종 종단으로만 운영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국방부에 개선을 권고한 점을 고려한 판결입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도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군인사법상 현역복무 부적합 여부 판단은 명백한 법규 위반이 없는 이상 군 당국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시입니다.

실체도 모호한 모든 종단을 다 받아줄 순 없지만 ‘조계종을 제외한 다른 종단을 관행적으로 배제한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 개선 권고를 국방부가 받아들여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 아닐까 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