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심 ‘봐주기’ 논란... 재판부 “준법감시위 양형 반영”, 특검 거센 반발
이재용 파기환송심 ‘봐주기’ 논란... 재판부 “준법감시위 양형 반영”, 특검 거센 반발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1.17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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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삼성준법감시위 운영 살펴 양형에 반영하겠다, 전문심리위원단 구성"
특검 "재판부 결정 납득 못해, 불공정 재판" 반발... "준법감시제도는 오너 마음"
손경식 CJ 회장 증인 채택도 취소... 방청객들 "삼성 세미나 하나" 고함 치기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오자 시위자들이 달려들다가 제지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오자 시위자들이 달려들다가 제지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17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신청한 증거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출범시킬 예정인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 사유에 반영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재판부의 요청으로 도입된 삼성준법감시위가 ‘삼성 봐주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는 이날 파기환송심 4번째 재판에서 특검이 삼성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제공이 수동적 행위가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추가로 신청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등과 관련한 8가지 증거를 “파기환송심 취지에 비춰볼 때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채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법원의 유죄 판단에 대해 다투고 있지 않고, 파기환송심에서는 승계작업과 관련한 각각의 현안과 구체적 대가관계를 특정할 필요가 없다"며 증거 채택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는 이 부회장 변호인의 “별건 재판에 관련된 증거들일 뿐”이라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특검은 “삼성의 뇌물 제공 행위가 수동적 행위가 아닌 적극적, 조직적 행위였고 이 부회장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삼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재판부의 결정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이 재판은 불공평하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또 재판부는 “삼성이 오늘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재판부뿐 아니라 삼성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며 “이런 삼성의 약속에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있어 이 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는지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준법감시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는지 법원 주도로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해 평가하겠다”며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마련했으나 실효적으로 운영되어야만 (양형에) 감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법원이 삼성의 준법감시위 설치를 양형 사유로 고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279조의 2에 따르면 법원은 필요한 경우 직권으로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해 공판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

특검은 이에 대해서도 2가지 측면에서 재판부의 결정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지배구조 개선이 없는 한 준법감시제도는 언제든지 오너 마음에 따라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재벌체제 혁신 및 개선에 대한 내용은 사라지고 준법감시위만 남았다”며 준법감시위를 양형 사유로 고려하기 위해서는 재벌체제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특검은 “앞선 공판에서 재판부는 재벌체제 혁신 및 개선이 재판과 무관하다고 했는데, 이미 양형 심리로 진행되고 있다”며 “제대로 양형 심리를 해달라”고 항의했다.

이는 앞서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정준영 재판장이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함을 먼저 분명히 한다”고 전제하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정 부장판사는 또 “국가경제발전을 주도한 재벌체제는 이제 과도한 경제력 집중 현상과 일감 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며 “우리 국가경제가 혁신형 경제모델로 도약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재벌체제 혁신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검은 이어 “항간에서는 삼성준법감시위 도입에 따른 일련의 재판 진행이 '이재용 봐주기' 명분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특검의 주장에 답하지 않고 “3명의 전문심리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한다”며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후보자로 고려하고 있다. 특검과 변호인 측도 1명씩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특검은 “재판부의 준법감시위 구성에 협조하지 않겠다.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답하지 않았다. 특검은 재판부가 “다음 재판기일은 공판준비기일로 지정하겠다. 이날 전문심리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그들이 평가하고 감독할 구체적인 사항을 지정하겠다”며 “일정이 괜찮나”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역시 답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이날 손경식(81) CJ 회장 증인 채택 결정을 취소했다. 손 회장은 특검과 이 부회장 변호인이 공동으로 신청한 증인이었다.

이 부회장 측은 "손 회장이 증인 출석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듯해 강제로 오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박 전 대통령 사건 1심에서 손 회장이 증언한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고 증인 신청은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특검은 "특검도 신청한 증인"이라며 “다시 한 번 소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손 회장은 기본적으로 피고인을 위한 양형 증인으로 신청된 점을 감안해 증인채택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재판이 엉망이다”, “삼성 세미나 하고 있네”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일부 방청객들은 재판 후 차량으로 향하는 이재용 부회장을 향해 “해고자 복직하라”, “삼성은 사과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어 경호원 등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지현 기자 jeehyu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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