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사유재산권, 거주 이전의 자유 침해... 헌법 위배 소지 다분"
"가능성 없는데 靑 인사들 잇단 거론, 엄포성 정책으로 불신만 키워"

▲신새아 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급격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은 원상회복을 시키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청와대가 본격적인 부동산 규제를 시사하고 나섰는데요. 오늘(16일)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에선 ’부동산 매매 허가제‘ 얘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이 부동산 매매 허가제에 대한 말이 왜 나온 거죠.

▲윤수경 변호사=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어제 1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을 했는데요. 거기서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각계 전문가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같은 날 오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1차 목표"라고 하면서 "대출규제, 거래질서 확립, 전세 제도와 공급 대책까지 모든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언한데 이어 강 정무수석은 `부동산 매매 허가제`까지 언급한 것인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천명한 직후이다 보니 강 수석의 발언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언급한 이후 청와대에서 본격적인 규제 의지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앵커= 강기정 수석의 발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강 수석은 "아직 우리 정부가 검토해야 할 내용이겠지만 특정 지역에 대해서 정말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둬야 된다는 발상을 하는 분들도 있다"라고 했는데요.

또한 "부동산 매매가 단순한 살 집을 만드는 게 아니라 거의 투기이기 때문에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가 있습니다. 

▲앵커= 이에 대한 청와대나 여야의 입장은 어떤가요

▲윤수경 변호사= 앞서 말씀드렸던 강 수석의 ‘부동산 매매 허가제’ 발언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공산주의적 발상, 위헌적 조치"라며 강 수석과 청와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청와대는 발 빠르게 "강 수석의 개인적 생각"이라며 선을 그으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조차 너무 나갔다는 반응인데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늘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과 협의한 적은 전혀 없다"며 "시장경제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인하하는 방안을 갖고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총선을 3개월 앞둔 상황에서 부동산 이슈가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이 부동산 매매 허가제가 정확히 어떤 개념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말 그대로 주택을 거래할 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강 수석의 발언은 부동산을 사고 파는 것마저 정부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방안까지 규제 카드로 들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부동산 매매 허가제가 사유 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 당시 ‘주택 거래 허가제’라는 이름으로 도입이 추진이 됐다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그 차선으로 2004년 3월부터 주택거래 신고제가 시행됐습니다. 거래대상자의 인적사항, 계약 체결일, 자금조달계획 등을 제출하는 이 주택거래신고제는 지난 2015년 7월에 폐지됐다가 2018년 8월 다시 부활했는데요. 

부동산 매매 허가제와 주택거래 허가제는 ‘토지공개념’에 기반을 두었는데요. 1989년 노태우 정부는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부담금제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으나 폐지됐습니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는 같은 취지로 주택거래 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었는데요. 시장의 반발로 도입을 보류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집값 상승률이 현저히 높은 지역 등을 ‘주택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사유재산 제한 등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반대 여론에 밀려 주택거래 신고제로 한 발 물러선 바가 있습니다. 

▲앵커= 앞서 말씀해주셨는데 그간에도 계속 같은 취지의 제도를 시행하려고는 했지만, 계속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윤수경 변호사= 먼저 무엇보다도 부동산 매매허가제는 위헌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사유 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인데요. 

강 수석이 거론한 ‘부동산 거래 허가제’는 노무현 정부의 2003년 ‘10·29 부동산 대책’ 이후에 재건축 개발이익환수, 분양권 전매금지 전국 확대안과 함께 추가 동원 대책으로 거론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만약에 모든 주택의 거래에 대해서 허가를 받도록 한다면 위헌이 될 것이기 때문에 허가 대상과 범위 등 구체적인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요. 이것을 정하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완전한 공공복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유 재산을 규제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다” “매매 허가제를 특정 지역에만 적용하더라도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 라고 하면서 강 수석의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얼마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주택거래 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앵커= 위헌 논란이 있군요, 또 다른 문제는 없을까요?

▲윤수경 변호사= 만일 허가제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주택 공급이 더욱 안 돼 시장을 더욱 교란시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이 각계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허가제가 시행된다고 하면 제도가 시행되기 전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자가 몰리면서 오히려 가격이 폭등할 것이고, 허가제 시행 이후에는 허가를 받기 위한 각종 비리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예가 없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하는데요.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거래에 대한 각국의 제도가 자유거래, 신고제, 허가제 등으로 나뉘어 있다"면서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자본주의 국가에서 주택거래 허가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런 청와대의 선긋기에도 논란이 되는 이유가 뭘까요.

▲윤수경 변호사= 청와대는 강 수석의 개인 생각일 뿐이고 정책으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하지만 청와대가 고강도 규제를 이어갈 뜻을 전한 만큼 시장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청와대의 정무수석이 극도로 민감한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개진하거나 실언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되는 데요.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며 “매매 허가제 시행 국가에 대한 사례조사 정도는 해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최근 라디오에서 “경제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정책메뉴를 지금 제가 다 갖고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16일 부동산 정책 발표에 정부가 지닌 카드를 전부 소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관련 추가 대책으로 15억 이하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확대하고, 규제지역을 수도권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논란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변호사님께선 이 부동산 매매허가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이신가요. 

▲윤수경 변호사= 부동산 매매 허가제가 실제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을 사고 파는 것까지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는 그 자체로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본주의 국가이념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유 재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거주 이전의 자유까지 침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은 우리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또한 제도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만일 허가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인데요.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엄포성’ 발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책이 언급되는 상황 자체가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불안 요인이 될 수 있고요.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많이 우려가 됩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요. 수요를 누르고 거래를 막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식의 단기 대책보다는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로드맵과 함께 공급책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말이 많은 만큼 실제 도입까지는 굉장히 신중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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