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62) 무소속 의원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거나 선거법 위반 이외의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방송법상 ‘방송편성에 관한 간섭’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방송 편성에 간섭함으로써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첫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죄 판단을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방송에 간섭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방송법을 어겨 처벌되는 첫 사례다. 이 의원에게 적용된 법조항은 1987년에 마련된 방송법 4조 2항과 105조다.
방송법 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05조는 4조 2항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해당 조항은 2000년에 한 차례 개정됐으나 내용은 이전과 유사하다.
이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세월호 참사 후인 2014년 4월 21일과 30일 KBS가 정부와 해경의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자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해경 비판은)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하라'며 편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김시곤 국장에게 사적인 부탁을 했을 뿐이라며 방송 편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실제 영향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이 의원의 행위는 단순 항의 차원이나 의견 제시를 넘어 방송편성에 대한 직접적 간섭"이라며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아직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방송법 위반 처벌조항 적용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관행이란 이름으로 별 경각심 없이 행사돼왔던 정치권력의 언론 간섭이 더 이상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2심도 유죄로 판단했으나 "이 의원이 이런 행위를 관행이나 공보활동 범위 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해경이 구조 작업에 전념토록 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를 시정하기 위해 범행에 이른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벌금 1천만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 의원은 이날 대법원 선고 후 “사법부의 최종 결정에 대해 조건 없이 승복한다”면서 “세월호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기는커녕 또다른 상처가 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하고 마음이 무겁다.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