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수십년 청춘을 바친 학교에서 어느날 갑자기 학교가 어려워졌다며 사직을 권고합니다. 그러자 우연히 알게 된 학생부 위조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학교를 협박합니다. 결말이 어떻게 됐을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리포트]

55살 홍모씨 등 서울 강서구의 한 대안학교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교사 7명이 지난 2014년 3월 학교 이사장 김모씨로부터 사직을 권고 받았다고 합니다.

이사장은 당시 학교가 구청 지원금도 끊기고 학생도 계속 줄어드는 등 재정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교사 7명에게 사직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홍씨 등은 이같은 권고사직을 거부하고 정년 보장과 학교 법인화를 요구하며 이사장에 맞섰습니다.

그러다 해직교사들은 학교 졸업생들의 학생부에 일부 위조된 부분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태도를 바꿨습니다.

권고사직은 받아들이되 법적 근거도 없는 ‘퇴직위로금’을 받아내기로 하고 학교 비리를 언론이나 수사기관에 폭로할 것처럼 학교를 협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한 겁니다.

이에 홍씨 등은 같은 해 9월부터 11월까지 교감 등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언론에 다 터트리고 감사원, 교육청 등에 자료를 보내서 학교가 조사받게 만들겠다" "자료가 많은데 일단 한번 터트리면 학교가 폐교될 것이다"는 식으로 학교를 겁박했다고 합니다.

이에 학교 측은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2015년 3월 이들 7명에게 각각 1억원 안팎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수사기관에 알려지면서 홍씨 등 7명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공동 공갈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공갈은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하는 자체를 처벌하는 협박에서 더 나아가 상대방을 협박해 금전적 이득을 취득할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이상훈 판사는 학교를 협박해 모두 7억여원의 퇴직 위로금을 받아 챙긴 50대 해직 교사 7명에게 징역 4∼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오늘(16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학교 비리 여부의 사실관계를 떠나 "학적 위조 등 비리가 실제인지와는 관계없이 이를 폭로할 것처럼 말한 것은 협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들의 행동이 "피고인들의 권리 실현을 위한 수단과 방법이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어 정당행위나 자구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궁박한 상황임을 감안해도 도덕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금도를 넘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 모두 열악한 시설과 환경에서도 청춘을 바쳐 근무했던 직장에서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사직하게 돼 경위에 참작할 부분이 있다"며 "결국에는 학교 측의 의사에 따라 권고사직을 하게 된 점도 고려했다"고 집행유예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날이 추워진 후에야 송백의 푸르름을 안다. 논어의 한 구절에서 따온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까지 갈 것도 없지만, 곤궁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그 사람의 밑천과 바탕이 드러나는 건 진실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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