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이제 합리화하자
변호사시험, 이제 합리화하자
  •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0.01.17 10: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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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률방송뉴스] 지난 1월 11일에 제9회 변호사시험이 끝났다. 그래서 또 다시 ‘수를 둘러싼 투쟁’의 계절이 왔다.

4월에 발표될 합격자 수에 관해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할 것이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측에서는 합격자 수를 더 늘리라며 목소리를 높일 것이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울려 퍼질 것이다.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서는 법무부가 만든 복수의 안을 놓고 로스쿨 측과 비로스쿨 측이 논란을 벌이다 결국 표결로 하나를 결정할 것이다. 그 때 비로소 합격자 수와 함께 합격점이 정해지게 될 것이고, 미리 알 수 없었던 그 합격점에 의해 수험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될 것이다.

2012년부터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그 무엇보다 합리성을 생명으로 하는 변호사의 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의 3개월’ 동안 힘겨루기를 하는 국가적 낭비를 10년 가까이 반복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2009년에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법률가 양성의 중심축을 ‘시험’으로부터 ‘교육’으로 획기적으로 옮김으로써 ‘21세기에 필요한 새로운 법률가’를 길러내기 위한 것이다. ‘시험에 의한 선발로부터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라는 그 취지에 맞게, 변호사시험도 로스쿨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을 ‘최소한’으로 확인하는 자격시험으로 도입되는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의사 국가시험 등 체계적인 교육을 전제로 하는 다른 자격시험들은 합격점이 미리 정해져 있고,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기본원리에 관한 시험문제들이 문제은행식으로 미리 제시되어 있다. 그러니 의대생 등은 재학 중에는 열심히 교육을 받고 시험공부는 부차적으로만 해도 거의 100% 자격을 취득한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은 합격점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고 출제의 범위도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무엇을 얼마나 공부하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없는 로스쿨생들은 교육에 신경 쓸 여유는 없이 재학 기간 내내 시험공부에 몰두해야 한다.

그런데도 합격률은 50% 전후이다. 학생들이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로스쿨들도 교육은 뒷전이고 시험기술을 제공하느라 스스로 고시학원임을 자처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왜곡의 근본 원인은 법무부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법조가 사법시험 시대와 마찬가지로 합격자 수를 통제하려 하는 데 있다. 당초의 목표는 사법시험 시대와 마찬가지로 연간 1,000명이었으나, 로스쿨 학생들의 시위에 밀려 1,500명으로 조정되었다. 이후 그 1,500명을 둘러싸고 매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의 변호사시험 결과에서 왜곡의 본질이 확인된다. 응시자 수는 매년 늘었는데 합격률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합격자 수가 1,500명 전후로 묶여 있는 데 있다. 합격점이 매년 다르고 게다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변호사시험은 몇 점을 얻으면 합격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없는 시험인 것이다. 제8회의 합격점이 제1회에 비해 200점 가까이 높아졌으니, 제8회 응시자의 다수는 제1회 시험에 응시했다면 합격했을 터이다.

로스쿨 도입 후 10년 이상이 지났다. 이제는 이 비합리적인 뒤틀림을 바로 잡아야 한다. 핵심은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만드는 것이다. 다른 자격시험과 마찬가지로 100점 만점에 60점을 합격점으로 법률에 정하고, 응시자의 80~90%가 합격할 수 있는 내용의 시험으로 만들어야 한다.

단답형 시험은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며, 논술형 시험도 기본원리에 관한 부분으로 범위를 특정하고, 기본원리를 묻는 문제들을 문제은행식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시험을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고, 교육이 중심이 되게 해야 한다.

다만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출제와 채점의 방식에 대한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과목마다 판례 100선을 정하고, 출제 범위를 구체화하고, 문제은행도 만들어야 할 것이니, 여러 해에 걸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당장 올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대로 내버려두면 어김없이 직면하게 될 뒤틀림을 잠정적으로라도 보정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제안한다. 완전한 자격시험화에 이를 때까지의 잠정조치로서, 1) 합격률을 50% 이상으로 하고, 동시에 2) 합격점을 제1회에서 제8회 시험까지의 합격점의 평균점(831.8점)으로 하는 합격자 결정 방법을 동원하자. 합격률 50%는 이미 현저하게 낮은 것이니 더 내려갈 수는 없는 일이다.

합격점을 미리 정하는 것이 마땅한데, 출제와 채점의 방식을 개혁하기 전이라면, 그 기준은 기존의 합격점의 평균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 단계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춘 방법이 아닌가?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webmaster@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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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2020-01-21 22:07:02
공감합니다

로스쿨생 2020-01-17 11:26:49
옳소!!!!총점 기준50퍼센트 이상인 830이상이면 적어도 변호사로서 실무를 수행하기에는 아무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