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2015년 "수명 연장" 결정에 주민들 소송... 원안위, 패소하자 항소 2월 14일 선고 예정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1호기(왼쪽) 영구정지를 결정한 가운데, 월성1호기 수명연장에 대한 행정소송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어 소송의 결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소심 선고일은 다음달 14일이다. /법률방송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1호기(오른쪽) 영구정지를 결정한 가운데, 기존에 원안위가 주민들을 상대로 벌여온 월성1호기 '수명 연장' 행정소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해 영구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월성1호기를 둘러싼 소송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5년 월성1호기 수명 연장 결정을 했던 원안위는, 정권이 바뀌자 4년 만에 정반대의 결정을 했다. 지난달 24일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한 것이다. 2015년 당시 월성1호기 인근지역 주민 등은 원안위의 수명 연장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했다. 원안위는 항소했다. 그런데 이번 영구정지 결정으로 원안위가 항소심을 계속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돼버린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소송 당사자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 "문재인 정부 '탈원전' 앞세워 폐쇄 밀어붙여" 비판... 에너지정책 교수들 "경제성 평가 조작"

월성1호기 영구정지 결정에 대해 각계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폐쇄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7천억원이나 들여 시설을 보수하고 안전성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해왔는데 하루아침에 이를 뒤집었다"는 것이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원안위의 결정에 대해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며 "월성1호기 영구정지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재가동을 추진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5일 총선 1호 공약으로 '탈원전 정책 폐기'를 내세웠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재앙적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월성1호기를 재가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 주민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안 돼" 1심 승소... 원안위 항소, 2월 14일 선고 예정

월성1호기 인근지역 주민 등은 지난 2015년 원안위가 앞서 월성1호기 수명 연장을 허가한 것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원안위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항소심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 피고인 원안위가 월성1호기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월성1호기 소송의 결론은 영원히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원안위가 월성1호기에 대해 영구정지 결정을 내린 이상 소송을 계속할 필요가 없어 소송 자체가 각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월성1호기 소송은 월성원전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월성원전은 안정성, 경제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폐쇄돼야 한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안정성 평가 등 필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명을 연장한 허가는 무효"라는 확인을 구한 소송이다.

월성1호기는 1983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가압 중수로형 원전이다. 30년의 설계수명이 끝난 지난 2012년 폐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원안위가 2015년 2월 월성1호기 수명 연장 허가안을 의결하면서 7년 더 운영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안정성 평가 결과 2022년까지 계속 운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러자 월성원전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 등은 지난 2015년 원안위를 상대로 수명 연장 허가 무효소송을 제기, 2017년 승소했다. 법원은 “원안위 심의 의결에 결격 사유가 있는 위원이 참여하는 등 수명 연장 허가 절차가 적법하지 않게 진행됐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원안위는 이에 불복해 2017년 3월 항소했다. 항소심은 2월 14일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 ‘소의 이익’ 없으면 각하... 피고로 소송 참가 한수원 "변론 재개 후 각하 판결 청구할 것"

통상 월성1호기 소송처럼 원고가 소송을 통해 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소송 도중에 다른 이유(원안위의 영구정지 결정)로 실현된 경우, 해당 소송은 ‘소의 이익’ 혹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각하된다.

이 소송의 피고측 소송참가인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안위의 영구정지 결정이 난 닷새 뒤인 지난달 30일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월성원전 영구정지 결정은 항소심의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에 발생한 사실이므로, 이를 변론 종결 전 사유로 만들기 위해서는 변론이 재개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수원 측은 “변론이 재개되면 이번 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다는 점을 진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안위 역시 “소 각하를 고려하고 있다”이라는 입장이다. 

월성1호기 운영사인 한수원은 원안위가 1심에서 패소한 뒤 지난 2017년 3월 시작된 항소심에 제3자 소송참가 청서를 제출하고 원안위와 공동으로 항소심 소송을 벌였다. 한수원은 1심 패소에도 불구하고 “수명 연장 결정은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었다.

그간 소송을 수행해왔는데 실체 판결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수원 관계자는 “행정소송은 일부 승소, 일부 패소가 없다. 여러 가지 사유 중 1가지 문제점만으로도 전체 패소가 가능하다"며 "억울하더라도 혹여 가능한 패소 위험 부담을 지는 것보다는 각하 판결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수원 측은 “변론 종결 이전에도 재판부에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지면 변론 재개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 환경련 "각하 안돼, '7천억원 투자 폐쇄' 논란... 위법성에 대한 법원 판단 반드시 나와야"

하지만 이 소송이 각하로 끝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고 측이 “월성1호기 수명 연장 허가 과정에 위법이 없었는지 사법부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소의 이익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에 원고로 참가한 환경운동연합 측은 “월성1호기는 폐쇄 결정과 별개로, 연장 허가 과정에 위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소송이 각하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건의 재발 방지 및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환경련 측은 “원전 수명 연장은 경제성과 안정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타당성 평가를 거친 뒤 결정돼야 하는데 한수원은 임의로 7천억원을 투자해 놓고 ‘기기를 교체했으니 수명을 연장해 달라’고 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월성1호기는 경수로 모델에 비해 폐기물이 4배가량 많이 배출되는 중수로 모델”이라며 “폐기물 처리나 안전성 문제 등을 검토하기 전에 먼저 기계 보수에 7천억원이나 들였다”는 점도 비판했다.

"이러한 점들을 간과한 채 일각에서 '7천억원을 투자한 멀쩡한 원전을 폐쇄한다’고 경제성을 이유로 비판하고 있는데,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절차적 위법성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만약 항소심에서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사유로 소송이 각하되면, 법률적으로 1심 판결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 방법도 사라진다. 판결 확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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