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등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도 민간단체 사찰"... 국정원, 정보공개 청구 거부

[법률방송뉴스] 전두환 정권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당한 사람들을 학생운동 동향 등을 파악하는 이른바 '프락치'로 활용한 '녹화사업'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당시 동료들을 팔아먹었다는 자괴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고 프락치가 되기를 거부하다 군에서 의문사한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과거의 유물로만 여겨졌던 이런 프락치를 이용한 민간인 사찰이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정보원에서까지 자행돼 왔다면 믿어지실지 모르겠습니다.

민변 등이 오늘(14일)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을 유엔(UN) 인권위원회 특별절차에 진정하기로 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장한지 기자가 기자회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8월 23일 '통일경제포럼'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던 임준우씨는 같은 포럼에서 김모씨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듣습니다.

동생처럼 아끼던 후배 김씨가 사실은 자신은 통일경제포럼 활동가들을 사찰하기 위해 위장 투입된 '국정원 프락치'라는 양심고백을 해온 겁니다.

[임준우 / 국정원 '프락치' 민간인 사찰 피해자]
"저는 이 사건이 밝혀지기 전까지만 해도 제 개인의 일상이 그 누군가에 의해서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당하고 들여다보여지고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무려 5년 간이나 지속됐다는 사실 그 자체가 저를 굉장히 힘들게 하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부터 시작해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국정원은 월 200만원의 활동비와 고성능 녹음기, 소형 비디오카메라 등 장비를 지급해가며 민간인 사찰 프락치 활동을 시켰다는 것이 후배 김씨의 고백이었습니다.

[임준우 / 국정원 '프락치' 민간인 사찰 피해자]
"이 사건이 밝혀지고 난 다음에 제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뭐냐 하면 한동안 그 친구랑 제가 나눴던 대화 내용들이라든지 그 친구와 함께 했던 활동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제 스스로가 저를 돌아보고 자기 자신을 검열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제 스스로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를..."

사찰은 불온한 지하혁명 조작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임준우 / 국정원 '프락치' 민간인 사찰 피해자]
"통일경제라는 것들의 실체를 좀 파악하고자 북중 접경지대 단동이나 이런 데 답사기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답사기행에 참가한 것이 마치 북의 공작원과 접선을 한 것처럼 꾸며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진짜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변과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으로 꾸려진 진상조사팀이 조사를 벌인 결과, 국정원은 프락치 김씨에게 암 투병 중인 선배를 찾아가 도청을 강요하는 등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단순히 불법 사찰에서 그친 게 아니라 국정원은 공안 사건으로 조작하기 위해 프락치 김씨에게 허위 진술서를 쓰게 하고 진술서를 쓸 때마다 50만~8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는 것이 진상조사팀 조사 결과입니다.

이런 식으로 김씨가 작성한 진술서는 100건이 넘습니다.

[신의철 변호사 /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
"국정원 권한 남용의 역사가 뿌리 깊은 것이다, 그래서 국정원이 취급할 수 있는 정보와 직무가 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만 바뀌어오면서 계속해서 대공수사라는 명목하에 민간인을 사찰하고 심지어 사건을 조작하는 행위들을 계속해왔고..."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서훈 국정원장 등 국정원 관계자 15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직권남용과 무고, 날조,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했습니다.

[김인숙 변호사 /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
"대공수사라는 직무 수행을 명목으로 민간인 제보자에게 아무런 혐의가 없는 사찰 피해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그 다음에 또한 국정원에서는 제보자(프락치)를 포섭하는 과정에서 법인카드로 유흥비를 지출하였고 불법적인 성매매까지 자행시켰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국고손실 등의 혐의가 있고..."

그럼에도 국정원은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했고, 검찰은 양심고백을 한 김씨를 5차례 조사했을 뿐 관련 책임자에 대한 강제수사도 징계조치 등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대책위의 설명입니다.

대책위는 이에 관련 물증 확보 등을 위해 늦어도 다음 달 안으로 국정원과 국정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김인숙 변호사 /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
"법원 등을 통해 증거 등을 확보해서 국정원의 위법행위 및 발생한 손해를 입증할 계획에 있습니다. 국정원이 제보자를 도구로 이용한 것은 결국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특정인의 인간존엄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뿐만 아니라 제보자 역시 저희들이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려고..."

대책위원회는 아울러 오는 17일 UN 인권이사회 특별절차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특별절차 진정 대상이 되는 인권침해는 과거에 발생한 것인지, 발생 중인 것인지, 발생 가능성이 있는지 불문한다는 것이 대책위원회의 설명입니다.

[류다솔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팀장]
"저희가 이번에 제기하려는 개인진정의 경우에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종교 또는 믿음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 테러방지와 인권보장에 관한 특별보고관, 총 4군데에 특별절차를 활용해서 이번 개인진정을 하려고 합니다."

특별절차에 진정이 접수되면 특별보고관은 진정서에 대한 신뢰성 심사 후 해당 정부에 관련 사안에 대한 질의와 답변을 요구할 수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공개 성명 등의 조치도 취할 수 있습니다.

"대책위가 민사소송을 내게 되면 국정원의 프락치를 이용하는 사찰의 위법성을 다투는 첫 사례가 된다"는 것이 대책위의 설명입니다.

"일련의 행위들이 대공수사의 명분 아래 행해진 적법한 행위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대책위가 전한 국정원 입장입니다.

"적법한 행위였다"는 국정원 입장에 대해 우리 법원이, 그리고 UN 인권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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