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결석은 당연, 12시간 이상 촬영도 다반사... '묻지마 출연료'에 출연료 미지급도"
“대중문화예술법 아동·청소년 보호 조항 모호, 처벌 규정도 없어... 인권보호 사각지대"

▲유재광 앵커= 투표 조작으로 큰 물의를 빚은 ‘프로듀스X101’은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프로텍트 101’은 좀 낯설 것 같기도 합니다. ‘LAW 인사이드’, 아동·청소년 연예인 인권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프로텍트 101이 뭔가요.

▲신새아 기자= 네.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팝업'이라는 단체가 있는데요.

연예 종사자들의 인권 단체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주축으로 민변과 아동인권위원회 등 9개 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단체 이름대로 아동·청소년 연예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단체입니다.

지난 2018년 결성됐고 이 팝업에서 아동·청소년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근무환경 등 실태조사와 해외 사례 조사, 대안 마련 등을 위한 일련의 작업 명칭이 바로 ‘프로텍트 101‘ 입니다. 프로텍트, 말 그대로 아동·청소년 연예인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입니다.

최근 EBS ‘보니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미성년 출연자 폭행과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는데요.

관련해서 오늘(14일) 오후 국회에선 아동·청소년 연예인들의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와 대안 마련 등을 모색해보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앵커= 실태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총 103명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병행했는데요. 대상은 6세부터 19세까지였습니다. 설문조사는 크게 두 축인데요. 학습권과 노동권입니다.

일단 학습권 관련해서 보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응답 대상자 91명 가운데 단 2명을 제외하곤 '드라마 촬영 기간 중 결석이나 조퇴를 한 적이 있다'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주 5일 중 1~3일이 69%로, 10명 중 7명은 평일에 한 번 이상은 드라마 촬영을 위해 학교를 결석하거나 조퇴한다는 얘기입니다. 평일 5일 가운데 5일을 다 빠져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결석이나 조퇴에 대한 동의는 제작사에서 ‘그때그때 구한다’는 응답이 58%로 가장 많았고 ‘작품 초반 한번만 구했다’는 답변이 26%를 차지했습니다. ‘특별히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답변도 14%나 됐습니다.

쉽게 말해 10에 6명은 그때그때 '너 오늘 학교 빠져야 된다’ 이런 식이고 ,10에 4명은 그나마 이런 형식적인 절차도 없거나 작품 초반 한 번 동의를 받고 임의로 아이들을 결석이나 조퇴를 시켰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노동권 관련해선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기자= 일단 응답자 10에 6명은 드라마 출연 전 출연료에 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마디로 주는 대로 받든지, 아니면 출연 포기하든지, 이런 '배째라 식' 출연료 지급이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나마도 10에 3명은 출연료를 떼어먹힌 출연료 미지급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출연료도 마음대로 책정하고 그나마 그것도 아예 지급을 안 하든지 중간에서 누가 가로채든지 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출연료도 출연료지만 더 심각한 건 아이들의 노동 환경입니다.

한 번 촬영 나갔을 때 대기 시간을 포함 촬영 시간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37%가 ‘12시간 이상~18시간 미만‘ 이라고 답변했습니다. ’18시간 이상~24시간 미만‘이라는 답변도 21%에 달했는데요. 

드라마에 출연하는 아동·청소년 10에 6명은 한 번 촬영을 나가면 최소 12시간 이상에서 24시간까지 만 하루를 꼬박 촬영장에서 대기 또는 촬영을 하다 온다는 얘기입니다.

‘6시간 미만’이라고 답변한 아이는 단 3.88%로 100명에 4명 밖에는 안 됐습니다. 29시간, 32시간, 심지어는 36시간까지 일 해봤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야간 촬영의 경우도 69% 촬영경험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아동·청소년들도 성인들과 똑같이 밤샘촬영을 시키는 등 이른바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밖에 뭐 한여름이나 한겨울, 무덥고 한파가 몰아치는 등의 악천후에도 별다른 대기실도 없는 등 열악한 환경에 아이들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과도한 촬영시간, 무리한 스케줄, 불합리한 임금계산, 건강권 침해 등 누구보다도 우선해서 보호 받아야 할 아동·청소년의 인권이 방송 현장에선 오직 상품으로만 취급 받는다"는 게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 결과 발제를 맡은 이종임 문화연대 활동가의 지적입니다.

▲앵커= 이게 법적으로 뭘 어떻게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기자= 근로기준법이나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등으로 규율하기가 애매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 법제현황과 개선방안 발제를 맡은 김두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의 말입니다.

일단 아동·청소년들이 맺는 대중문화예술 용역제공 계약을 근로계약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보니 노동관계법 보호의 사각 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김 변호사는 또 대중문화산업법 제2장 제2절에 ‘청소년대중문화예술인의 보호’ 조항이 있긴 하지만 내용 자체가 지나치게 모호한데다 그나마도 처벌 조항이 없어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마디로 보호해 주고 싶어도 보호를 해줄 수 있는 근거들조차 없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지적인 겁니다. 

▲앵커=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나요.

▲기자= 미국이나 영국처럼 문화산업이 발단한 선진국들의 경우 나이별로, 생후 15일부터 5단계 정도로 세분화해서 기준을 만들어놨는데요.

대기시간, 노동시간은 각 단계별로 얼마만큼 허용되고 휴식시간은 얼마만큼 줘야 되고 또 심지어는 식사도 몇 시간 간격으로 줘야 된다는 것까지 세세하게 규정이 다 구체적으로 돼 있습니다.

또 영국 같은 경우에는 촬영현장에 교사가 와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엔 제작사가 부르고 부모와 아동이 오케이 한다고 출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교육관청이나 나아가 노동관청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아이들의 학습권을 철저히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해결방법으론 어떤 게 제시됐나요.

▲기자= 현재 아이들 보호에 유명무실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을 외국 사례들을 참조해 촘촘히 개정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처벌 조항도 명문화해서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토론회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요구했습니다.

나아가 피해 사례 신고센터 개설, 아동·청소년 연예인 보호를 위한 전담 감독관 파견 제도, 제작진 상대 인권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도 아울러 촉구했습니다.

더불어 연예기획사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속사 등록과 관련 정보 공개와 인권 교육 및 인권침해 예방 프로그램 개발, 학교 출석 대체 가능한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의 학습 프로그램 개발 등도 함께 제안했습니다.

▲앵커=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힘들어도 연기를 계속할 것이라는 응답이 90%가 넘던데 아이들의 꿈을 이용하고 착취할 수 없도록 법제도 개선이 꼭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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