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관심사라는 명분 아래 개인 사생활 선동적이고 적나라하게 묘사"
1심, 디스패치·채널A·SBS 등 4개 언론사에 공동으로 5백만원 배상 판결

팝 아티스트 낸시랭과 이혼 소송을 밟고 있는 왕진진 /연합뉴스
팝 아티스트 낸시랭과 이혼 소송을 밟고 있는 왕진진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지난 2017년 팝 아티스트 낸시랭(본명 박혜령)과의 결혼 소식이 알려졌다가 언론에 무차별 신상털기를 당한 왕진진(39·본명 전준주)이 자신의 사생활을 자극적으로 보도한 언론사들과 소속 기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지난 2017년 12월 27일 낸시랭의 SNS에 왕씨와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올라옵니다.

"우리의 사랑 행복 이 길에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축복된 나날이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축하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라며 왕진진과의 결혼을 알리는 글과 함께입니다.

이에 연예전문 매체 디스패치를 필두로 각종 언론과 방송에서 왕씨의 출생이나 성장과 관련한 비밀, 학력, 가족관계, 과거 범죄전력 의혹 등 보도가 쏟아집니다.

이에 왕씨와 낸시랭은 12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이라면 먼저 국민에 대한 기본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지나친 사생활 파헤치기를 중단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왕진진 사생활 관련해서 자극적인 보도들을 쏟아냈고 이에 왕씨는 지난 2018년 5월 디스패치와 채널A, SBS 등 언론사와 기사를 쓴 기자들을 상대로 각 500만원씩 총 9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디스패치 등은 재판에서 낸시랭과 왕진진의 결혼은 대중의 관심 사안으로 대중 관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언론으로서 취재와 보도를 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하지만 왕씨가 디스패치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해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오늘(11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팝 아티스트와 방송 생활을 병행하던 낸시랭은 '공적 인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왕씨가 과거 고(故) 장자연씨의 편지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왕 씨의 과거 전력이 일부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사항이었다는 점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그런 점을 다 감안해도 왕씨에 대한 보도는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먼저 "왕씨가 낸시랭과의 혼인신고를 마쳤다는 이유로 디스패치는 왕씨의 동의 없이 대중의 관심사라는 명분 아래 왕씨가 공개를 꺼려할 사적 비밀에 관한 사항을 샅샅이 파헤치고 무차별적으로 상세히 보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채널A와 SBS 등도 혼외자 여부 등 왕씨 입장에서 노출을 꺼리는 사적 비밀과 사생활 영역을 무차별적으로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동적인 문구로 보도·방송해 왕씨의 사생활 비밀을 침해했다"고 거듭 언론 보도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왕씨의 출생, 혼외자 관계 등은 일부 사람들의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공공의 이해와 관련된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보도와 방송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선동적 문구에 초점을 맞춰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적시했다. 설령 이런 것이 대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포함된다고 해도 그것이 왕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인격적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시입니다.

요란하게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결혼했지만 왕진진과 낸시랭의 결혼 생활은 얼마 가지 못했고 두 사람은 2018년부터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혼 소송과 별개로 왕씨는 낸시랭을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낸시랭과의 결혼 등 왕진진에 대중의 호기심이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자극적인 흥미와 호기심을 ‘국민의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선정적인 기사나 방송으로 팔아먹는 것은 또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정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인지 이를 빙자한 ‘기사 장사’를 위한 것인지는 그 기사를 쓰는 기자, 그리고 해당 언론사가 가장 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읽히지도 않는 기사만 써서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지만 너무 장사를 위한 기사만 쓰는 것도 순리는 당연히 아닐 텐데, 그 중용을 찾고 유지하기가 쉽지 많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4개 언론사가 합동해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는데 해당 언론사가 눈이나 깜빡할까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또 똑같은 일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기우가 아닌 것 같아 착잡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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