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대공 미사일 격추 의혹... 이란 정부는 부인, 블랙박스 회수 조사 중

[법률방송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이란 정부가 여객기를 피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피격 당시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우리가 확보한 영상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이륙 후 몇 분만에 피격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해당 영상을 자체 검증했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어두운 밤하늘에 작은 불빛 하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날아가다가 순간 번쩍이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두 개로 쪼개진 불빛 중 하나는 왼쪽 방향으로 떨어졌다. 작은 불빛과 번쩍인 뒤 방향을 바꿔 떨어진 물체의 정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여객기가 이란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시간이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들에 미사일 보복 공격을 단행한 지 몇 시간 뒤였다는 점에서, 군항기로 오인한 미사일 격추 사고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고위관료들은 NYT의 영상 공개에 앞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이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됐다는 정보를 익명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락 원인을 알 수 없다면서도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시스템 말고 다른쪽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며 "나는 의심을 갖고 있다. 다른 이들은 그들의 느낌이 있기 때문에 내가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여객기가) 매우 거친 지역을 비행하고 있었다. 그들이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고 재차 말했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63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피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수도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캐나다 자체 정보당국과 동맹국들로부터 다수의 정보를 확보했다"면서 "이들 증거는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의는 아니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번 사고가 이란이 보유한 러시아제 미사일에 피격됐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란 민간항공청(ICAO) 청장인 알리 아베드자데흐는 이날 이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과학적인 관점에서 볼때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고 전했다.

그는 "증인들의 증언과 기체 잔해에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UIA 여객기는 비행 3분만에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며 "조종사가 8000피트 고도에서 회항하려고 했지만 화재로 인해 추락했고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추락의 정도와 이맘호메이니 공항으로 회항하려던 조종사의 노력을 고려하면 공중에서 폭발하지 않았다고 할수 있다"며 "그래서 미사일에 맞았다는 주장은 완전히 배제된다"고 미사일 피격설을 거듭 부인했다.

이 여객기에는 63명의 캐나다 등 다양한 국적자들이 탑승해 국제적인 파장이 클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국적별 사망자는 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영국과 독일 각 3명이다.

이란 당국은 여객기의 기체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며 여객기 블랙박스 2개를 모두 회수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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