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의 힘?... 이재현 CJ 회장 1천500억원대 증여세 부당 판결, SPC가 뭐길래
'김앤장'의 힘?... 이재현 CJ 회장 1천500억원대 증여세 부당 판결, SPC가 뭐길래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1.1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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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증여세 부과 정당, 2심은 명의신탁 불인정... 해외 SPC '역외탈세' 통로 우려

[법률방송뉴스] 국세청이 증여세 1천 562억원 등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해 부과한 세금 1천 674억원이 부당하다며 이 회장 측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항소심이 사실상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 판결을 깨고 사실상 이 회장 손을 들어주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그 전에 화제가 됐던 이른바 ‘선박왕’이나 ‘완구왕’ 등 수출입 거래에 관련된 역외탈세 사건과는 달리 특수목적법인, SPC를 고리로 한 해외 주식거래를 가장한 거액의 역외탈세 사건이라는 데서 크게 관심을 모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2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실소유주가 불분명한 특수목적법인(SPC)이 합법적인 주주로 활동하게 되고 SPC 재산이 개인 재산에서도 제외돼 소득 해외은닉 및 상속세 등 탈루 통로로 악용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과거 역외탈세 사건, 세금 부과 대상자가 '국내 거주자'인지 여부가 주요 쟁점

기존에 크게 문제됐던 역외탈세 사건들은 국내 법인이나 개인이 조세피난처 국가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뒤 이 회사를 통해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관련 서류를 꾸며 국내 세금을 회피해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경우 탈세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쟁점은 페이퍼 컴퍼니 소유자나 투자자, 즉 해당 페이퍼 컴퍼니의 실질적 소유자를 국내 거주자로 볼 수 있는가와 관련된 이른바 '거주자성 판단’이었다.

국내 세법은 ‘국적’이 아닌 ‘국내 거주자’ 인지를 기준으로 소득세 등을 부과하고 있어 해외 조세피난처에 소유자로 등록돼 있어도 주된 생활기반이 국내에서 이뤄졌다면 국내 거주자로 판단해 한국 세법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고 탈세 여부도 국내 세법에 따라 판단한다.

관련해서 한때 선박을 250척 넘게 보유해 '선박왕'으로 불렸던 권혁 시도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조세 피난처에 거주하는 것처럼 위장해 수천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세청으로부터 종합소득세와 법인세 등 3천 51억원을 부과받았다.

'완구왕'으로 불렸던 박종완 에드벤트언터프라이즈 대표도 지난 2011년 홍콩 법인을 통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이익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거액의 세금을 포탈하고 재산을 외국에 은닉한 의혹과 관련해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2천 140억원을 부과받았다.

권혁 회장이 제기한 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은 현재 파기환송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고, 박종완 대표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 조세 포탈 등 혐의에 대한 재판도 대법원에서  '일부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다.

◆ 이재현 회장 사건, 개인 명의 아닌 SPC 통해 주식 거래 세금 면탈

이재현 회장이 증여세 등 세금 1천 674억원 부과해 불복해 낸 소송에서 1심은 가산세 일부 71억원을 제외한 증여세 등 나머지 세금 부과는 정당하다고 사실상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이 회장이 부과받은 세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1심 판결을 깨고 사실상 이재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일단 이재현 회장 사건의 경우는 앞선 '선박왕'이나 '완구왕' 사건처럼 수출이나 기업 운영과 별개로 오로지 주식보유와 주식거래만을 위해 SPC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앞선 사건들과 구별된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차명으로 SPC를 설립한 뒤 이 이 SPC를 통해 주식을 사고 팔아 거액을 챙겼지만 거래 주체가 이 회장 개인이 아닌 SPC여서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에 서울중부세무서는 지난 2013년 이 회장이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등 총 2천 614억원을 부과했다.

이 회장은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조세심판원은 이 회장이 형사사건에서 무죄로 인정된 부분 등을 포함한 940억원에 대해서만 세금 부과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이 회장은 나머지 세금 1천 674억원 부과도 취소해달라며 지난 2017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이 회장이 SPC에 투입한 자금을 명의신탁 거래로 의제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명의신탁이란 재산의 실제 소유자가 그 재산을 자신의 이름이 아닌 제3자 명의로 등재한 뒤 재산의 관리 처분 등 실질 소유권 행사는 명의를 신탁한 실 소유자(신탁자)가 하면서 형식적으로는 명의를 수탁받은 명의자(수탁자) 이름으로 행사되는 관계를 뜻한다.

국세청은 명의신탁이 재산은닉 및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명의자(수탁자)가 특정 재산의 소유자로 등기된 날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를 받은 것으로 보는데 이를 '명의신탁 증여의제'라고 한다. 이처럼 명의신탁 증여의제가 인정되면 일반적으로 증여세가 부과된다.

◆ 1·2심, 모두 '조세회피 목적' 인정 불구 '명의신탁 증여의제' 판단은 엇갈려

1심은 “이 회장이 SPC와 해외 금융기관 등을 통해 주식을 취득한 것은 명의신탁 재산의 증여에 해당한다”며 증여세 과세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주식 취득 자금은 모두 이 회장 개인의 자금이고, 그 취득과 보유 및 처분 모두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해 이 회장에 의해 결정됐다. 주식의 실제 소유자인 이 회장과 명의자인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나 의사소통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이다. 

SPC에 재산을 수탁한 것을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심은 “이 회장이 SPC 명의로 주식을 취득하거나 SPC가 해외 금융기관과 증권거래에 관한 대행 계약을 한 것을 근거로 이 회장과 SPC 내지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명의신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1심과 달리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에 "따라서 원고가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고 관련 법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시한 1심 판결을 깨고 증여세 부과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1,2심 모두 조세회피 목적은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증여의제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갈리면서 증여세 부과에 대한 적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1심에서 이 회장이 사실상 패소하면서 이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을 '김앤장'에 맡겼고, "해외 SPC를 통한 주식 거래의 주체는 해외 SPC로 실질과세의 원칙상 이 회장에게 과세할 수 없다”는 김앤장의 주장과 논리가 2심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진 결과다.

이 회장측은 "'완구왕' 박 대표 사건에서 대법원이 해외 SPC 자체를 주식 소유자라고 인정한 것에 비춰 1심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주장했다.

주식취득 자금 출처 모두 원고이며, SPC를 모두 원고가 지배·관리하고 의사결정도 모두 원고가 하는 등 구조가 유사한 '완구왕' 사건에서 대법원이 SPC 투자구조를 명의신탁 관계로 보지 않았으므로, 이 회장의 SPC투자구조 역시 명의신탁 관계로 볼 수 없어 증여세 과세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이처럼 1·2심이 SPC에 투입된 자금이 이재현 회장 자금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명의신탁 증여의제' 성립 여부에 대한 판결을 달리함에 따라,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실제 SPC의 의사결정권자나 운영자가 이재현 회장이라는 점에서 '명의신탁' 관계인지 혹은 김앤장 논리처럼 거래 주체가 SPC인 만큼 명의신탁으로 볼 수 없어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판단할지 '명의신탁 증여의제' 등에 관련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법원 안팎에선 탈세 목적이 명확한 SPC 설립과 이용에 대해서는 명예신탁 증여의제를 좁게 적용할 게 아니라 폭넓게 해석해 악의적인 탈세를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발빠른 로펌, SPC 절세 수단으로 활용... 앱도 개발

한편 대법원 확정 판결과 별도로 조세전문 로펌들은 이미 SPC를 활용한 절세 방안 컨설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절세 혜택이 크고 설립이 용이한 SPC를 투자와 거래에 이용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이 조세전문 로펌들의 주장이다.

특히 법무법인 율촌의 경우엔 투자 규모나 형태 등에 따라 어느 나라에 SPC를 세우고 어떻게 거래 구조를 짜야 가장 크게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앱까지 개발하는 등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밖에 '국내 거주자' 판단 여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것을 고려해 해외 왕래가 많은 투자자와 기업인들을 위해 국내에 거주지가 있는지, 국적은 어딘지, 해외 출장은 얼마나 오래 다니는지 등에 따라 국내 거주자성을 판단해 주는 앱 등도 개발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jeehyu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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