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4명 '합헌', 3명 '위헌', 2명 '일부 위헌' 의견... 위헌 정족수에 1명 부족
세월호 집회 참가자, 태극기 불태웠다 기소되자 헌법소원... 1심은 무죄 선고

헌법재판소가 국기모독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국기모독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국가를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훼손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국기 모독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가 "형법 제105조 국기모독죄는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재판관 4명은 '합헌', 3명은 '위헌', 2명은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위헌 결정 정족수 6명에는 1명 부족했다.

김씨는 지난 2015년 4월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집회 당시 인근에 정차 중이던 경찰버스 유리창 사이에 끼워진 종이 태극기를 꺼내 불태운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1심 재판 중 국기모독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나 기각됐고,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2016년 3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김씨에 대한 1심 재판부는 "김씨가 국가 모욕의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 사건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형법 제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심판 대상 조항이 금지·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있고,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다"며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국기는 국가의 역사, 국민성, 이상을 반영하고 헌법적 질서와 가치, 국가 정체성을 표상하며 국가가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가지는 독립성과 자주성을 상징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 국기 훼손행위를 금지·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의 국기에 대한 존중의 감정이 손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형법 제정 후 국기모독죄로 기소·처벌된 사례가 거의 없고,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 없이 우발적으로 이뤄지거나 정치적 의사 표현의 방법으로 이뤄진 국기 훼손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이석태·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국가나 국가기관이 비판과 정치적 반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국기 훼손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며 "이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진·문형배 재판관은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국가기관 등에서 쓰이는 '공용에 공하는 국기'가 아닌 다른 국기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관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처벌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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