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생 절반 탈락, '변시 오탈자' 속출... "로스쿨 정원 감축 전제 자격시험으로"

[법률방송뉴스] 제9회 변호사시험이 서울과 지방 거점대 등 전국 9개 시험장에서 오늘(7일)부터 닷새간 치러집니다. 변시를 치는 당사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법조계의 관심은 합격률과 배출되는 법조인 수에 온통 쏠려 있는데요.

"합격자 수를 늘려야 된다" "지금이 적정하다" 논란도 많은데, 장한지 기자가 관련 단체들의 얘기를 두루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오늘 오전 건국대 상허연구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분위기 속에 제9회 변호사시험이 치러지고 있습니다.

제9회 변호사시험은 서울 연세대와 고려대, 한양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충남대 등 전국 9개 시험장에서 치러집니다.

응시자는 지난해 3천 617명보다 25명 줄어든 3천 592명.

제1회 변호사시험 이후 응시생 수가 늘지 않고 감소한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법조계에선 5년간 5번 불합격하면 응시제한에 걸리는 이른바 '변시 오탈자'가 해마다 누적되면서 응시 인구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일단 시험은 하루 휴식일을 포함해 5일간 10과목을 봐야 합니다.

[제9회 변호사시험 응시생]
"(시험 어땠어요?) 어렵습니다. 쉽지 않았어요."

지난 1회 87.15를 기록했던 합격률은 응시생이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해 해마다 떨어져 2018년 7회 변시 때는 합격률이 49.4%를 기록해 50%선이 붕괴됐습니다.

지난해 8회 변시에선 50.7%을 기록해 간신히 50%를 넘겼지만 여전히 응시자 둘 중 한 명은 떨어져야 하는 수치입니다.

관련해서 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어제 공동성명을 내고 법무부에 로스쿨 취지에 맞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변호사시험법 제10조 1항은 "법무부장관은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고려해 시험 합격자를 결정해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무부가 합격자 수를 로스쿨 '입학정원' 기준 75% 안팎으로 묶어놓고 있다 보니 졸업생들이 누적되면서 합격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습니다.

그렇다 보니 로스쿨이 애초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변시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민변 등의 지적입니다.

실제 응시생은 늘고 합격률은 낮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합격기준 점수는 제1회 729.46점에서 지난해 8회는 905.5점으로 수직상승했습니다.

[김준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변호사시험 합격기준 그리고 합격정원에 관해서 매번 시험 직후에 불투명한 기준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자체를 조금 바꿔야 한다는 것이고요. 합격률 자체 퍼센트가 문제가 아니라 '자격시험'으로 애초에 제도를 도입했던 취지를 반영한 방안이 나와야 된다..."

그러나 민변 등이 요구하는 것처럼 변호사시험을 '선발시험'이 아닌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면 변호사 수가 지금보다 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데 딜레마가 있습니다.

지금도 법률 시장이 포화상태인데 감당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당장은 달콤해 보여도 결국은 제 발등 찍는 일이 될 거라는 게 변협 한결같은 입장이지만,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또 대놓고 합격자 수를 지금처럼 유지한다든지 더 줄여야 한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시험 치시는 분들이 뭐 합격률에 아주 민감하니까 그래서 저희가 지금 쉽게 합격률을 이야기하기는 뭐하지만 지금 현재 3만 번째 회원이 등록한 변협 입장에서는 기존의 변호사들의 숫자 이런 것도 고려가 돼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우선적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에서 의견이 먼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 입장은 나름 명확합니다.

로스쿨 정원 감축을 전제로 의사 국가고시처럼 변호사시험도 자격시험으로 전환해 합격률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마디로 로스쿨에 들어가는 관문은 좁히되 일단 입학해서 정상적인 교육을 이수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관련해서 최근 5년간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은 94%입니다.

[강정규 한국법조인협회장]
"(입학)정원 감축을 전제로 요구하고 있기는 합니다. 저희는 정원이 감축되면 궁극적으로 합격자 수도 조정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죠. 이제 10년 내 각 로스쿨 대학원들도 정원감축이 불가피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급격하게 진행하는 것보다는 지금부터 논의해서..."

법조계의 이런 기류를 반영해 법무부는 지난해 5월 '합격자 결정기준'을 재논의하기 위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소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검찰개혁 이슈와 '조국 사태' 등에 묻히며 논의는 지지부진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 상향조정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응시생들의 실력이 뒷받침되는 것을 전제로 우리 사회의 변호사 수요를 충족하고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합격률을 증가시키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추 장관의 답변입니다.

추 장관은 다만 변시 자격시험화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선 "절대평가와 관련해 적정 합격선에 대한 논의, 출제문제 난이도의 일정수준 유지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김순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장]
"합격자 발표가 4월 24일이잖아요. 변시 관리위원회가 결정하는데 장관 임명되고 내부 문제로 바쁘기 때문에 법무부가 이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지나야 저희들이 보기에는 3~4월 돼야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되지, 지금은 아직..."

이와 관련 법무부는 현재 적정 합격률과 합격자 수 등에 대한 연구용역 작업 결과가 나오는 다음 달 이후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유일한 법조인 배출 경로가 된 로스쿨.

지난 2009년 로스쿨 개원 이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와 합격률, 로스쿨 정원 등에 대한 일대 변화가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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