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침대 사태' 1년 반 만에 검찰 수사 결론... 피해자들 반발 "항고하겠다"

'라돈 침대 사태' 당시 수거돼 쌓여있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자료사진
'라돈 침대 사태' 당시 수거돼 쌓여있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자료사진

[법률방송뉴스] 폐암 유발 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검출돼 '라돈 침대' 사태를 일으켰던 대진침대 관계자들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짓고 불기소 처분했다. 침대 사용과 폐암 발병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이동수 부장검사)는 3일 상해와 업무상 과실치상, 사기 등 혐의로 고소된 대진침대 대표 A씨와 납품업체 관계자 2명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대진침대 사용자 180여명이 지난 2018년 5월 A씨 등을 고소, 검찰이 그해 6월 대진침대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반 만에 나온 결론이다.

2018년 5월 당시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되면서 이른바 라돈 침대 사태가 시작됐다. 라돈은 폐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차례 조사를 통해 대진침대 매트리스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의 최고 9.3배에 달한다고 발표하고 수거 명령을 내렸다. 이후 대진침대 외에 다른 업체가 판매한 침구류와 온수매트 등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A씨 등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라돈을 방출하는 모나자이트 분말을 도포한 매트리스로 침대를 제작‧판매, 폐암과 갑상선암, 피부질환 등 질병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고소 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라돈이 폐암을 유발하는 물질인 것은 인정되지만 갑상선암이나 피부질환 등 질병과의 연관성이 입증된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없다"고 전제했다.

검찰은 "폐암은 라돈 흡입만으로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고, 유전과 체질 등 선천적 요인과 식습관 및 직업·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이라며 "라돈 방출 침대 사용만으로 폐암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침대에서 라돈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판매한 행위가 사기에 해당한다는 고소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인 사실이 인정돼야 하나, 피의자들 본인과 가족도 라돈 침대를 장기간 사용해 유해성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음이온 방출 인증으로 공기정화 효과까지'라고 거짓으로 광고를 한 혐의도 "음이온이 방출되는 것은 사실이라 광고가 허위라고 보긴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모나자이트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고 라돈 침대 방사선량 분석 결과를 낮춰 발표한 혐의(직무유기)로 고발당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전 위원장도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원안위가 매년 업체들의 관리실태를 조사하고 안전교육을 한 점, 1차 조사결과 발표 후 시료 추가 확보와 피폭선량 산정기준 추가 검토를 통해 발표 수치를 변경한 점 등을 볼 때 원안위가 직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항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측 김지예 변호사는 "대진침대 대표 가족들의 침대 사용 여부는 가족들로부터 사진 몇 장과 진술서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것을 가지고 고의성 자체를 완전히 누락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